[월요신문=성유화 기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 2일 남북 종전선언을 두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회의적으로 말했다. 이에 중국이 "종전선언은 시대 흐름이며 모든 국가의 열망 반영하는 것"이라고 미국을 압박한 가운데, 정부는 비핵화 협상과 종전선언 추진을 위한 패키지 중재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향후 종전선언과 비핵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해리 해리스 신임 주한미국대사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환담하고 있다. 2018.07.16./사진=뉴시스

◆해리스 대사, “북한이 종전선언에 필요한 비핵화 조치 취한 것 아직 보지 못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3일 해리스 대사가 지난 2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종전선언에 필요한 비핵화 조치를 취한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대사는 "현재 종전선언이 가능성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면서도 종전선언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며 이같이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평화협정을 맺기 전 어느 시점에 종전선언을 하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상당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북한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핵실험및 미사일 발사 중단 이상의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종전선언은 한미동맹의 결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종전선언은 돌이킬 수 없는 조치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히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종전선언 참가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북한 비핵화 과정에 있어서 중국은 협조자"라고 소개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3일 오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양자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8.08.03./사진=뉴시스

◆중국, “종전선언 모든 국가의 열망”

이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일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촉구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로이터 통신 등은 왕 위원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해 이날 엑스포 컨벤션센터 언론브리핑에서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핵 교착상태를 종식시키기로 합의한 미국과 북한이 양국 간 접촉을 유지”하길 원하면서, “북미회담에서 합의한 것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기 위해 서로의 우려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왕 위원은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동시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며 “그 두 가지(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는 상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왕 위원은 한반도의 연내 종전선언 추진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리는 어느 누구도 한반도에 전쟁이 반복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만약 모두가 다시 전쟁이 발생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종전선언을 발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는 시대 발전 추세에 완전히 적합하고, 남북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열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2018년도 제32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07.24./사진=뉴시스

◆정부, 비핵화와 종전선언 위한 패키지 중재안 마련 중

이렇듯 종전선언과 비핵화를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는 국제 정세에, 정부는 패키지 중재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패키지 중재안은 북미 양측을 모두 설득하기 위해 북한의 비핵화 일정표와 미국의 단계별 보상방안을 맞바꾸는 교환 방식을 제안함과 동시에, ‘종전선언’ 명칭을 꺼리는 미국 측의 입장을 반영해 종전선언 명칭에 ‘비핵화’를 명기하는 방안이 오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1일 “8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비핵화 협상과 종전선언 논의에 물꼬를 터야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 채택이 가능하다”며 “북미 간 이견이 타협 가능한 수준이어서 정부가 양측을 중재할 협상안 마련에 나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단 북한이 미국에 비핵화 일정표나 최소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시간표를 제시하고, 미국은 북한에 단계별 비핵화에 따른 보상 로드맵을 제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종전선언 명칭도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을 위한 선언’과 같이 두 사안을 함께 명시하는 것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는 종전선언을 부담스러워 하는 미국 측을 설득하기 위해 종전선언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조건을 포함 시킨 것.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비핵화 일정만 확실해지면 미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북미가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한미 또는 남북미가 함께 협상안을 작성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독자적으로 만들어 양측을 설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가 최근 8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제시한 것도, 북미가 비핵화와 종전선언에 대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것을 두고 중재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만약 정부가 계획한대로 8월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2차 남북정상회담 때처럼 종전선언과 비핵화 일정 등 주요 현안만을 논의하는 약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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