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지현호 기자] 기록적인 폭염에 에어컨 수리 대란이 일어났다. 늦장 수리에 고객 불만이 쏟아지지만, 이를 수리하는 에어컨 기사들도 죽을 맛이다.

여름철 극한직업으로 꼽히는 에어컨 수리 기사. 이들은 몰려드는 고장 접수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지난해 가정용 에어컨 누적판매 100만대를 돌파한 삼성전자의 수리 기사들은 유독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고객에 치이고, 폭염에 치이고, 회사에 치이는 삼중고를 겪고 있어서다.

고객과 날씨는 늘 있는 일. 하지만 회사는 다르다. 지난 4월 삼성전자서비스가 수리 기사인 협력사 직원 8000여명을 모두 정규직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생긴 스트레스다.

당장에라도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으로 일할 수 있을 듯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정규직 전환 논의는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협력사 대표들이 반대하고 있어 정규직 전환이 언제쯤 이뤄질지 알 수도 없다.

에어컨 수리 기사의 정규직 전환이 중요한 것은 고공에 설치된 실외기를 수리하는 등 위험한 작업을 수시로 하지만, 사고 시 이들을 보호해 줄 곳이 없어서다.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어 사실상 산재나 보상을 요구해도 현재 소속된 협력사 사장이 이를 제대로 처리해 줄지도 의문이다.

협력사 사장들이 삼성전자서비스와 계약 해지, 보상안 등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심지어 일부 협력사 사장들은 교섭에 불만을 품고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 사각지대에 놓인 수리 기사들 하루빨리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일단 에어컨 수리 성수기인 오는 9월까지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협상이 마무리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전원 정규직 전환이란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이제 현장에 협력사들이 화답할 차례다. 구슬땀을 흘리며 어렵게 일하고 있는 8000여명의 기사들을 돌아본다면 답은 의외로 가까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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