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퇴직시 신규채용 7명 수준...일자리 창출 효과 미지수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은행권 전체에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하는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고, 청년 취업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에서도 희망퇴직 시행을 적극 권장하고 있어 은행 희망퇴직 바람이 확산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공기업의 희망퇴직을 늘리기 위해 퇴직금을 올리는 것을 적극 장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최 위원장은 “희망퇴직 대상자에게 퇴직금을 많이 주면 10명이 퇴직할 때 젊은 사람 7명을 채용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눈치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최 위원장은 지난 5월 28일 진행된 시중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각 은행별로 상황이 다르겠지만 잘 이해해서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의 방침에 4대 시중은행 중 KEB하나은행이 올해 첫 희망퇴직 스타트를 끊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31일 준정년 퇴직 인원을 확정했다. 3일 동안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조건은 40세 이상, 15년 이상 근무자가 대상이었다. 지난 2016년 이후 2년 만에 이뤄진 이번 명예퇴직은 관리자급 직원 27명과 책임자급 181명, 행원급 66명이 포함됐다. 지점장 이상의 관리자는 27개월치, 책임자와 행원급은 최대 33개월치 급여를 받게 된다. 연말이 아닌데도 특별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신규 일자리를 확대하고, 조직혁신을 위해 노사 합의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고연령 장기근속 직원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한 전직 기회 부여 등 필요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연말 명예퇴직을 진행하기 위해 현재 세부 기준을 검토 중에 있으며, KB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은 희망퇴직에 대해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금융당국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희망퇴직을 독려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하반기 희망퇴직에 나설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28일부터 올 1월2일까지 임금피크제 대상자와 예정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총 400여명이 퇴직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1월 700명의 직원들이 짐을 쌌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희망퇴직 범위를 근속연수 15년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총 1011명이 회사를 떠난 데 이어 올 4월에도 1963년 12월31일 이전 출생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11월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 전원과 10년 이상 근무한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 신청을 받아 534명이 퇴직한 바 있다.

시중은행들은 희망퇴직을 신청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퇴직자의 재취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지만 고령화 시대가 심화되면서 40·50대에 퇴직한 중장년층들의 재취업 현실은 녹록치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4세다. 50대에 퇴직한 뒤 30여 년 동안 소득 없이 지내기에 쉽지 않은 환경이다. 퇴직 이후 기존 은행에 계약직 형태로 재취업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 퇴직자 수에 비교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희망퇴직 활성화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은행들도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희망퇴직으로 생겨나는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령직원들의 조기 퇴직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며 “노사 간 합의와 은행의 인력구조, 중장기 인력 수급계획 등을 고려해야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