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누진제 완화 등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정부가 7~8월 한시적으로 가정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주기로 함에 따라, 기존 대비 전기요금이 가구당 평균 20%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누진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폐지밖에 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진제 완화, “원래보다 100kWh 여유롭게”...20%가량 절약 예감

이번 누진제 완화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7월분 고지서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ㆍ보좌관 회의에서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한 7~8월 한시적 누진제 완화와 저소득층 및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확대를 조속히 확정해 7월분 고지부터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누진제의 기준을 100kWh씩 올리는 것이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1단계 200㎾h 이하 ▲2단계 200~400㎾h ▲3단계 400㎾h 초과로 이뤄졌는데, 이 대책을 적용시키면 7·8월에는 ▲1단계 300㎾h 이하 ▲2단계 300~500㎾h ▲3단계 500㎾h 초과로 완화된다.

백 장관은 “지난해보다 전기요금이 감소하거나 증가 금액이 1만원에 못 미치는 가구가 89%에 달하고 5만원 이상 증가한 가구는 1% 수준에 불과했다”며 “8월 중순 이후까지 폭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누진제 완화폭을 100㎾h로 잡았다”고 전했다.

구간이 높아질수록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요율이 높아지는 누진제 특성상 누진제 완화 혜택은 전력사용량이 많은 가구보다 적은 가정이 더 크게 받는다.

다만 누진 단계별 요금은 기존과 같이 ▲1단계 기본요금 910원·전력량요금 93.3원/㎾h ▲2단계 기본요금 1600원·전력량요금 187.9원/㎾h ▲3단계 기본요금 7300원·전력량요금 280.6원/㎾h이 그대로 적용된다.

‘자연 재난’으로 명시될 만큼 기승인 폭염에 대해 '요금 폭탄'을 우려했던 국민들은 이 조치로 각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이 평균 19.5% 낮아질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한시적 누진제 완화 조치에 따른 주택용 전기요금 인하 총액이 2761억원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누진 2단계 이상 전기를 사용하던 1512만 가구는 7·8월 가구당 평균 1만370원의 요금할인 효과를 누리게 될 전망으로, 인하총액은 우선 한전이 모두 부담하기로 했다. 정부는 차후 전기요금 인하분에 대한 예산 지원 등을 검토할 계획에 있다.

아울러 당장 이번 주부터 각 가정에 배부되는 지난달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더라도, 완화 이전의 누진제를 기반으로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가구들이 환급받을 수 있다.

◆누진제 완전 폐지 주장에 산업부, “근본적인 대안 도입할 계획”

정부는 누진제 완화를 지난 2015년과 2016년에도 시행한 바 있다. 2016년 8월 한시적으로 7∼9월 구간별 사용량을 50kWh씩 확대했는데 올해에는 100kWh씩 늘린 것이다. 이렇듯 매년 반복되는 누진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폐지밖에 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말 원래 6단계인 누진제를 3단계로 개편했기 때문에 구간을 더 개편하는 방식으로는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에 한계가 있는 것.

이에 산업부는 누진제에 대한 더 근본적인 대안으로 소비자에게 다양한 요금 선택권을 부여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으로,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차등하는 것이며 산업용과 일반용 전력에는 이미 도입됐다.

산업부는 올해 하반기에 스마트계량기(AMI)가 보급된 가구를 중심으로 계시별 요금제 실증을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1년 세종 스마트시티에 전면 도입할 계획이며, 계시별 요금제의 필수 인프라인 AMI를 전국 2천250만가구에 보급하는데 총력을 가할 예정이다.

백 장관은 "이번 한시 지원대책은 재난 수준의 폭염에 대응한 긴급대책이며, 이 대책으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국회와 상의하면서 누진제를 포함해 전기요금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편 방안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폭염 일상화에 대비한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하겠다"며 "겨울철 한파도 자연재해로 규정해서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감면하는 법 개정 논의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당정협의에서 "국회가 전기요금 전반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주면 정부도 협력해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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