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직접 ‘규제 완화’ 촉구하자 업계 환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서울시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공식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과 금융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에 참석해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밝혔다.

은산분리는 금융회사가 아닌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행사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하고 있지만, 지분비율에 맞춰 증자해야 하기 때문에 성장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 문제에 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선 것은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이 발전의 기회를 잃어 가고 있다는 세간의 지적을 정부가 수용하고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주목받은 케이뱅크의 경우 최근 실시한 증자 계획이 잇따라 무산된 바 있다.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달리 주주 중 이렇다 할 금융주력사가 없다 보니 자본 확충이 쉽지 않았고 그로 인해 상품 판매 중단 조치도 여러 번 이뤄졌다.

금융당국에서는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 ▲금융이용 편의성 향상 ▲금융부담 경감 ▲중금리 시장 확대 ▲양질의 일자리 생산 ▲혁신 기술의 신속한 도입·확산 ▲핀테크(금융+기술) 사업 활성화 등이 이뤄질 것이라 전망했다.

금융권에서도 “규제 완화 요구가 받아드려 진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서울시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간담회를 마친 후 카카오뱅크 부스를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향후 규제 완화가 추진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 확충이 수월해져 중금리 대출도 확대될 전망이다. 그간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자본금 확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 등으로 중금리 대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본금이 부족해 비교적 위험부담이 큰 중금리 대출을 쉽게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의 활성화와 금융서비스 개선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문은행만의 특성을 통해 계좌개설, 자금이체 등에 따라 소모되는 시간을 단축시키며 국민들의 금융이용 편의성 향상을 노리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핀테크 등을 활용해 금융거래에 대한 혁신적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금융소외계층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서비스 지원이 기대된다.

이 밖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으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은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할 지도 주목된다.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은행 간의 경쟁을 한층 심화시킬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서비스 개선과 금리 조정 등으로 금융소비자는 더 많은 편익을 얻게 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본력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은산분리 완화로 성장을 위한 장기적인 길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보다 주주 구성이 다양해 증자에 더 어려움을 겪는 케이뱅크는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강력한 대주주 중심으로 안정적인 자본 확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충분한 증자가 이뤄진다면 자본금 여력에 따라 신용대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현재 상황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며 “나아가 앱투앱 결제, 모바일 기술과 결합한 주택담보대출 등 새 사업 추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가 은산분리 원칙에 예외를 두는 것으로 형평성 논란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와 시민단체들은 “은산 분리 원칙이 훼손되면서 은행이 대기업들의 사금고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T 기업의 은산 분리 규제 완화가 자칫 은행 전반의 은산 분리 완화로 이어지고, 과거 IMF 외환위기를 촉발했던 ‘대기업 사금고화’ 부작용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1년을 맞았지만 예상했던 만큼의 소비자 편익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 이런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은산분리 예외는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만 한정할 뿐,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은 소규모 소매 전문은행으로 사실상 기업대출이 불가능하므로 과거와 같은 금융계열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은산분리 완화 발언이 나오자 국회 여야 3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여야 원내대표는 은산분리 등의 규제완화를 위한 법안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이에 국회로 넘어온 은산분리 완화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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