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회장 겸직 통해 외부 ‘낙하산 인사’ 차단 위함

손태승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우리은행 노동조합이 손태승 행장에게 지주사 전환 후 회장직 겸임을 건의했다. 노조의 이 같은 요청은 지주사 전환 후 마련되는 회장직에 대한 외부 ‘낙하산 인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또한 취임 6개월 만에 어수선한 조직을 안정화시키고, 지주사 전환 등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손 행장이 우리금융 출범 후에도 선장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우리은행 민영화가 역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손 행장을 만나 향후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하면 회장직을 겸임할 것을 건의했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막기 위해 ‘무급’으로 겸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 말 채용비리 문제에 따른 행장 교체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지주사 회장 겸직’ 제안 역시 ‘낙하산 인사’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지주사로 전환된다 해도 출범 직후에는 사실상 우리은행 비중이 절대적인데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할 필요가 없다”며 “향후 다양한 비은행 계열사를 편입하기 전까지는 손 행장이 회장을 겸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IMM프라이빗에쿼티(6%), 한국투자증권(4%), 키움증권(4%), 한화생명(4%), 동양생명(4%) 등 과점주주 체제의 민영화를 이뤘지만 단일주주로는 여전히 예금보험공사(18.4%)가 최대 지분을 보유한 탓에 완전한 민영화를 이뤘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있어왔다.

CEO(최고경영자) 선임 시기마다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과 함께 지주사 전환으로 정부의 규제와 그늘에서 벗어나 자립하려는 우리은행의 ‘민영화’ 과정이 후퇴할 수 있다는 게 노조원들의 생각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주 출범 이후 1~2년 뒤에 계열사 분리가 완전히 이루어지면 지주 회장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신설될 지주 회장직은 당장은 은행장의 역할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겸임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손 행장을 회장 후보로 지지하면서 ‘외부 낙하산 저지’에 힘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의결하고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융위원회가 지주사 전환을 인가하면 우리은행은 빠르면 12월에 주주총회를 열어 ‘우리금융지주’ 윤곽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지주는 포괄적 주식이전 방식으로 설립되며 우리은행과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등 6곳의 자회사를 보유하게 된다.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은 우리은행 자회사로 남았다가 추가 검토를 거쳐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된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