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삼성이 ‘3년간 180조원’이라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관련 산업에 대대적인 파장이 예고된다.

삼성이 지난 8일 발표한 투자 방침은 반도체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사업에 확대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는 등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바이오 사업 육성과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협력사 및 중소기업 지원 내용 등도 담겼다.

9일 증권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이번 투자 규모는 업계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업계는 삼성의 투자 규모로 100~15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3년간 총 180조원(국내 130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여기서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는 160~165조원(연평균 53~55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약 140조원을 산업 발전에 투자한 바 있다.

삼성은 총 투자 금액에서 30조원은 중국·베트남 등 해외 생산설비 증설, 20조원은 기업 인수합병(M&A)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사업 등에 약 25조원을 투자한다. 나머지는 대부분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국내는 생산 거점인 평택공장 등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가 이뤄진다.

투자 계획을 토대로 보면, 향후 3년간 삼성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에 연평균 35조원 이상을 투자할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경기도 평택시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을 지으며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약 38조원을 투자했다.

특히 삼성은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당초 삼성은 3년간 약 2만~2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대 2만명을 추가로 고용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주52시간 근무제 정착을 위해 지속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의 국내 투자에 따른 고용 유발 효과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에 따른 고용유발 40만명 ▲생산에 따른 고용유발 30만명 등 약 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인력이 충원되면 기존 및 신규 사이트의 증설은 필연적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폴더블 스마트폰 패널과 OLED 패널을 적기에 생산 공급하기 위해서는 추가 (설비)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이번 투자 계획을 통해 평택 반도체 2라인 신설을 비롯, 평택 3·4라인과 아산 디스플레이 A5공장 등 디스플레이 증설 투자, 바이오 시설투자나 증설 등을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평택 반도체 라인은 삼성물산과 삼성ENG이 7:3의 수준으로 수주하며, 디스플레이 공장은 삼성ENG이 100% 수주해왔다. 사이트 투자가 시작되면 에스원은 공사현장의 보안과 얼굴인식 출입관리시스템, 카메라 등의 상품판매, 핵심공정에 투입되는 보안 인력과 관련된 통합보안, 공장 내 오피스동의 건물관리 수주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라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 삼성물산, 에스원을 삼성의 투자 계획에 따른 수혜주로 제시했다.

아울러 삼성의 투자가 본격화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별로 관련 장비 및 소재 업체에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현재 코미코, 한미반도체, SK머티리얼즈, 하나머티리얼즈, 원익머티리얼즈, 원익큐엔씨 등이 수혜 업체로 거론되고 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간 40조원을 상회하는 세후 영업이익과 22조원을 상회하는 감가상각비 감안시 연평균 33조원 시설투자 집행이 가능하다”며 “시안 2차, 평택 2차, 화성 주차장 부지 등의 시설투자가 이어진다면 소재 업체의 실적 증가 흐름이 향후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에 발표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투자 규모는 향후 3년간 기존 투자 추정치를 상회하는 수치로 판단, 관련 장비 및 소재 업체에 긍정적 효과가 전망된다”고 전했다.

삼성은 AI·5G·바이오·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 집중육성할 계획이다. AI 연구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글로벌 연구 거점에 1000명의 인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계기로 칩셋·단말·장비 등 전 분야에 과감한 투자 및 혁신을 예고했다. 5G 상용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는 2025년 이후 연간 최소 30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은 바이오시밀러(제약), CMO사업(의약품위탁생산) 등에도 집중 투자키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전문 기업의 외형 등 전반적인 성장이 예고되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공장 증설 검토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AI·5G·IoT·바이오 등 미래성장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도 예고된다. 삼성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을 지원하는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 핵심인 AI·5G·IoT·바이오 등 분야 연구를 적극 지원한다.

청년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삼성은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Lab 인사이드’를 확대, 200개 과제의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향후 5년간 1100억원(정부 지원 500억원)을 조성해 중소기업 2500개사의 ‘스마트 팩토리’ 전환과 국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5년간 약 1만5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팩토리 지원 대상에는 삼성과 거래가 없는 중소기업도 포함된다. 지방 노후 산업단지 소재 기업이나 장애인·여성 고용 기업을 우선 지원해 경제적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밖에 삼성은 3차 협력사에까지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상생’하는 기업 문화를 확대한다. 총 7000억원 규모의 3차 협력사 전용펀드(상생펀드 및 물대지원펀드)를 추가로 조성하는 등 지원책을 늘리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투자가 정량적 규모보다는 ‘청년 고용’, ‘스타트업 지원’, ‘산학협력’, ‘협력사 지원’ 등 개방·공유와 상생·협력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시대에 흔들리는 한국경제에 있어 최소한의 안전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의 투자 방침이 국내 기업의 투자 심리를 회복시키는 데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다른 기업들이 동참하는 데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