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철 소장/사진=성유화 기자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이른바 '보수의 몰락'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의 제 1 야당 자유한국당은 연일 계파싸움으로 국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으며, 새로 등장한 비상대책위원회도 당 살리기에 속력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20년간 정치에 머물며 김무성 의원의 전 보좌관으로 지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 센터 소장은 '보수의 민낯'이라는 책을 출간해 "아직도 적폐 정치 당시의 당원들이 남아있는 한, 보수의 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Q 보수의 민낯, 강렬한 제목이다.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A 간단히 말해 책은 크게 세 가지 챕터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는 이미 많이 알려진 2016년 막장 공천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로 인해 무너진 보수, 주로 당시 새누리당의 모습이다. 두 번째는 무너진 보수가 다시 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제안, 한 마디로 영라이트 운동에 대한 것이며, 세 번째는 근본적으로 책을 쓴 이유를 담았다. 정치권에 입문하려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정무판단보고서, 전당대회와 정당 창당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을 서술했다. 사실 처음 집필할 때만 해도 후배들에게 보좌진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켰다. 그러나 대중들은 공천의 뒷얘기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이 문제로 주위 사람들과 상의한 결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공천 뒷 이야기를 위주로 책을 집필하게 됐다. 이 책은 당시 보수가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이, 자신의 권력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 했던 치졸한 행위의 역사를 기록에 남기겠다는 심정으로 썼다. 덕분에 있는 그대로 불편한 사실이 드러난다는 의미로 ‘보수의 민낯’이란 제목이 발탁됐다.

Q 2016년을 보수가 가장 추악했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그 시기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어떤 것이 있었는가?

A 기본적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자신의 행동과 말과 결정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 큰 무게감을 가져야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2016년 당시 권력을 가진 청와대와 친박 세력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돼 있었다.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었던 거다. 원래대로라면 김무성 의원이 집권 여당의 당 대표인 그 당시, 협력하고 대화해서 정말 국민들을 위한 공천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천을 악용했다. 그런 부분이 가장 추악하다고 느껴졌다. 철저하게 편을 갈라, 내 편은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도 공천을 주고 상대편인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공천에서 배제하려고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언급할 일은 당시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을 배제하겠다는 당내 여론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공천에 대한 관심은 어떠한 훌륭한 인물이 들어왔는지 혹은 누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승민 의원이 공천을 받느냐 혹은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사람이 공천이 되느냐만이 화두에 올랐다. 이런 일을 겪고도 총선에서 패배할 줄 몰랐더면 정말 한치 앞을 몰랐던 거다. 이 사례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욕심을 챙기려고 하는 순간, 본인과 당과 나라가 얼마나 불행해질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에 대한 부조리함을 몇 번 얘기를 했었지만, 친박 세력과 당시 청와대는 “우리 말 잘 듣는 80~90명의 의원만 있으면 된다”고 일축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인식과 상황판단이었다. 결국 한 줌도 안 되는 모레알 같은 조그만 권력을 잡으려고 하다가, 지금 얼마나 보수진영이 황폐해 졌는가. 돌이켜보면 나 역시 보수진영에 몸을 담았던 사람으로서 한없이 부끄러운 부분이 있다.

장성철 소장/사진=성유화 기자

Q 보수가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어떤 행보를 보여야한다고 생각하는가?

A 제일 우선시 되는 것은 사람이 바뀌어야한다. 사람이 바뀌어야 정책도 노선도 바뀔 수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면 같은 맛 밖에 안 나온다. 재료가 바뀌어야 새로운 맛이 나온다. 이를테면 젊은 인물 중 보수를 대표하는 사람이 나서야한다. 비단 나이에 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젊은 인물이 등장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종교적으로 신봉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그 당에 있다. 그 사람들은 새로운 길로 나가려고 할 때마다 이를테면 “너네들은 탄핵 찬성하고 박 대통령에 반대하고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던 사람”이라며 “우리만이 당을 지켰으니 나가라”는 위험한 생각을 한다. 이런 점들에 대해 국민들은 “쟤네들은 또 싸운다”고 비난할 뿐이다. 그 싸움은 전혀 건설적이지 않다. 계파싸움도 건전한 정치와 이념에 대한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 중심으로 친박이냐 비박이냐만 나누고 있다. 이들은 보수진영과 당을 위해서 스스로 진퇴를 결정하는 게 좋을 것이며, 스스로 그런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이번에 당을 맡고 있는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나 총선에서 국민적 심판을 받아 물러나는 것이 보수의 올바른 길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

Q 현 자유한국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병준 씨가 비대위원장으로 나섰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바라보시는가?

A 우선은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비대위를 보고 있다. 비대위는 당을 새롭게 바꾸고 국민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출범한 것이다. 근데 현재 이 비대위는 두 분야에서 취약점이 있다. 이는 비대위가 올바른 힘을 발휘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하나는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회에 대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현재 비대위는 외부에서 영입해, 당의 정통성이 없다. 결국 처음부터 당에 있던 사람들은 이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거나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 비대위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권위는 어디서 나오느냐. 바로 국민에게서 나온다. 비대위는 국민들의 뒷받침을 받을 때 내부 구성원인 국회위원들이 불만을 갖더라도 받아들일 수가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비대위가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거나 큰 관심을 받고 있지 않다. 두 번째로 같은 연장선상에서 비대위의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비대위가 순항을 타기 위해서는 그들이 내리는 결정이 당의 공식적인 결정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당의 헌법(당헌, 당규)에 이들의 권한이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비대위원회는 과거 지향적이고 분란을 일으킨 사람을 없애야 구성원들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미 우선순위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김병준 위원장이 그 자리를 수락 했을 때, 당에 명확한 권한을 요구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비대위와 비대위원장에 비상 권한을 줘야한다. 예를 들면 인적청산을 할 수 있고, 당헌과 당규를 고칠 수 있고, 구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그런 조치가 미미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당 비대위원의 앞날이 걱정되고 우려스럽다. 아울러 당내 의원들은 한시적인 비대위일테니 지금이야 적당히 비위나 맞춰주고 있자고 생각할지 모른다. 어차피 내년 초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도부가 새로 만들어질테니. 한 마디로 “너네 활동하든 말든 한 번 해봐라” 이런 식의 비아냥과 무관심이다. 때문에 앞날이 어두워 보여 상당히 우려스럽다.

Q ‘보수의 민낯’은 당시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을 위주로 서술 돼 있다. 이에 진보나 여당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A 진보와 여당에 대한 생각은 두 가지 부분으로 얘기할 수 있다. 하나는 민주당에 대해서다. 한 마디로 의미가 없는 당이다. 현재 민주당은 청와대만 보이고 당은 보이지 않는다. 옛날엔 그래도 집권 여당이 정부의 정책을 견인해나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문 정부 이후 민주당은 그냥 문 대통령을 서포트하는 팬클럽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점은 국가 운영에 있어서 상당히 우려스럽고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단적인 예로 현재 민주당 대표를 뽑는 선거 유세가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은 집권여당으로서 어떻게 이끌어가고 정부를 어떻게 견인하고 대한민국과 국민의 삶에 어떤 도움을 주겠다고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다. 단지 문 대통령과 친분을 누가 더 과시하기 바쁘다. 마치 동네 이장이나 친목단체 회장을 뽑는 꼴이다. 또 하나는 경제정책과 안보정책이다. 이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은 내 관점으로 서유럽식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거 같다. 단적인 예가 52시간과 최저임금이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서유럽에서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다. 최저임금 1만원을 시행하기엔, 아직 우리나라 경제력과 경제규모가 감당할 수가 없다. 흔히 이것과 관련해 일본과 비교하곤 하는데, 일본은 세계에 2~3위 경제 대국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안보문제도 걱정이 되기는 하나, 이 사안은 지켜보고 있다. 남북 정상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합의되어있는지 우리가 다 알지 못한다. 아울러 북미 정상들도 계속 지켜봐야하고, 그들의 약속과 그 이행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안보문제와 남북문제가 가끔은 성급해 우려스럽긴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정부의 말을 믿고 지켜볼 때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들의 정책이 결국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면 다음 선거 때 심판을 받을 것이니.

장성철 소장/사진=성유화 기자

Q 긴 시간 해온 보좌관 일에 손을 떼고 공감과 논쟁 정책 센터 소장이 됐다.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에 대한 소개와 장 소장님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A 정치권에 20년가량 몸담았다. 언제나 나에게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지켜본 정치는 싸움이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유지하기 위해, 권력이 없는 자들은 쟁취하기 위해 반대하고 싸웠다. 이는 상대방이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무조건 반대만 외쳤기에 문제였다. 이를테면 박 전 대통령이 아무리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가 내세운 규제와 개혁, 이 부분에서는 당시 야당이 찬성을 해도 괜찮았을 사안이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은 이 정부가 잘 되면 우리가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무조건 반대했다. 사실은 이런 점들에 진절머리가 났다. 서로 좋은 정책이 있다면 정책을 위해 법을 만들고 시행해야하는 것은 당연지사였지만, 이들은 그러지 않고 싸우기만 했다. 내가 봐온 정치는 결국 정파를 위한 정치였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었다. 논쟁과 싸움뿐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정치적 풍토를 바꿨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이 연구센터를 열었다. 정치적으로 논쟁이 있더라도 좋은 정책은 서로 공감을 하고 그 공감을 기반으로 정부 정책에 반영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이다. 근래 들어 나에게도 평론가로서 활동을 바라는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공부를 더 하고 세상 보는 눈을 넓히고 싶어 거절했다. 책도 좀 더 많이 읽고 공부도 좀 더 하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향후 계획으로는 두 가지를 생각 중이다. 하나는 유튜브 방송이다. 요즘들어 가장 접근성이 좋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현안 문제를 짧은 분량으로 국민들 눈높이에 알기 쉽게 설명하고 싶다. 무겁고 딱딱한 이야기가 아닌 어쩌면 쌩뚱맞고 재밌는 방송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방송 채널 이름으로는 ‘간담서늘’로 구상중이다. 이 방송을 통해 모든 현안에 대해 공명정대한 입장에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어떤 부조리한 이의 실체를 밝힐 것이다. 그러면서 그 당사자가 간담이 서늘해지게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하나는 보좌진들이 정치를 보는 눈, 정무적으로 판단할 일들에 대해서 좀 더 능력을 키워줬으면 좋겠단 의미에서 내가 가진 사소하고 조그만 노하우를 알려주고 싶다. 이를 위해 국회에 보좌진들을 위한 강좌를 열어볼 생각이다. 구체적으로는 한달에 10회 정도로 구상중이며, 주된 것은 정무판단 보고서를 쓰는 법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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