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스틸 인수 마무리…구조관업계 '고사 위기'

세아제강 CI

[월요신문=김덕호 기자] 세아제강을 이끌고 있는 이주성 부사장의 공세가 무섭다. 주력품목인 배관용 강관을 넘어 중소기업시장인 구조관까지 넘보고 있어서다. 거침없는 진격에 구조관 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놓였다며 골목상권 보호를 외치고 있다.  

세아제강의 구조관 강화는 부산·광양에 공장을 둔 동아스틸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동아스틸의 법정관리가 마무리되는 올 하반기에는 해당 기업의 경영권도 확보할 수 있어 중소업체들은 대기업과 직·간접적인 경쟁을 벌여야 한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아스틸은 지난 1일자로 세아제강 계열사로 편입됐다. 세아제강이 엘케이파트너스대부(LKPartners)를 통해 매입한 약 530억원의 동아스틸 부실대출채권(NPL)이 지난달 부로 지분 전환된 것이다.

동아스틸은 부산과 광양에 공장을 둔 구조관 전문 업체다. 주로 건축물의 외관에 사용되는 구조용 각관과 건축물 내외부의 인테리어에 사용되는 강관 등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품목은 1인치 미만부터 7인치까지의 강관제품 대부분이다. 또 기계구조용 강관 등 특수 품목도 일부 생산하고 있어 현재 구조관 시장에 진입해 있는 업체 중 상품 구성이 가장 다양하다. 

이에 세아제강이 동아스틸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는 올 하반기 이후에는 해당 부문에서의 역량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7년여간 영업2팀을 활용해 구조관 관련 영업망을 구축해 왔고, 소규모 업체들의 임가공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키워왔던 터라 판매망 구축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일부 유통업체는 세아제강의 구조관 단가가 중소업체 대비 2~4% 저렴하게 제시되는 등 저가 판매도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조관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소 제조사들은 대놓고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구조관의 경우 제조기술의 요구 수준이 높지 않고, 진입장벽이 낮은 품목이어서 중소기업들이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또 철강 관련 산업에서 가장 많은 제조업체가 등록된 대표적 중소 시장이다.

이에 세아제강이 대량의 물량을 풀어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설 경우 중소업체들은 중국산 수입품과의 가격경쟁에 더해 대기업에도 치이게 된다. 사실상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곳도 있다. 이들이 '고사 위기'라고 반응하는 이유다.

제품 생산비 중 원자재 가격 비중이 높은 철강산업 특성상 대량의 원자재를 저가에 구매할 능력이 있는 세아제강과 경쟁할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어서다.

한 구조관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아 대기업보다 저렴한 가격에 원자재를 매입할 능력이 안 된다"며 "원자재의 가격 경쟁력이 없는 중소업체가 세아제강과 경쟁하려면 제조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이어 “적자를 보면서도 설비 가동을 위해 제품을 판매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 결국 중소기업끼리 치킨싸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세아제강이 진입함으로써 중소기업간의 자연스러운 경쟁이 불가능해지고, 중소업체의 성장이 차단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관제조업체는 외경이 작은 제품에서 시작해 점차 생산 사이즈를 키워가며 사세를 확장해오는 구조였다"며 "모든 설비와 생산 품목을 갖춘 세아제강의 진입으로 인해 중소업체들은 설비투자를 통한 성장보다는 현재 생산 중인 품목에서 어떻게든 수익을 내는 것으로 '마른 수건 짜기 식'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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