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루 의혹 휩싸인 국내 은행 2곳, 美로부터 제재 가능성 이목 집중
자유한국당 모 의원실, 2개 은행 거론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우리나라로 들어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국내 3개 수입업체들은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항구에서 다른 배로 옮겨 실은 후 원산지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총 7차례에 걸쳐 3만5,038톤을 불법 반입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10월 수사에 착수해 반입이 금지된 북한산 석탄 등을 불법으로 들여온 혐의로 수입업자 3명과 이들이 운영하는 3개 법인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어 금수품 운송에 이용된 선박 4척을 지난 11일부로 입항 금지 대상으로 지정했다.

외교부는 이번 주 안으로 북한산 석탄 반입 경위에 대한 조사 결과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정치권은 물론이고 금융권도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유입되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 2곳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수입된 석탄이 국내로 반입되려면 은행이 신용장을 발부해줘야 하고 석탄의 원산지증명서가 필요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 국내 은행 두 곳이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 과정에서 수입 기업에 신용장을 개설해줬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미 시장에서는 특정 은행 2곳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식발표가 나오지 않자 파장이 일파만파 일고 있다.

은행의 연루 여부가 사실로 확인되고 해당 은행이 대북 제제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관련 금융 업무를 처리한 해당 은행은 미 국무부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제재 수위에 따라서는 은행의 존립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제재 확정 시 우선 은행의 각종 수출입업무, 외국환업무 등 주요 해외업무 기능이 완전 정지되고 국제 신용도가 급락해 자본확충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과거 마카오의 한 은행이 북한과 금융거래를 했다는 혐의로 미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은행 자체가 사라진 사례도 있다. 지난 2005년 미국 재무부는 마카오 은행인 BDA를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 거래에 이용됐다는 혐의를 적용해 미국 은행과의 거래를 금지했다. 이 제재로 BDA는 결국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을 겪으며 사실상 파산했다.

미국이 이와 비슷한 조치를 국내 은행에 취했을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구조 속에서 해당 은행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용장 개설 의혹을 받고 있는 관련 은행들은 “세간에 흘러나오고 있는 이야기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혹설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 국무부가 ‘고의성’ 여부를 따져 제재 수위를 정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해당 은행들이 북한산 석탄인지 모르고 진행했다면 징계 수준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제재 규정에 금융회사가 북한 연루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북한산 석탄 불법반입에 연루된 은행과 관련 관세청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불법 행위를 인지한 정황이 없어 은행들이 처벌·제재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은행에 대해서도 명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모 의원실 관계자는 “처음에는 은행 가운데 2곳이 연루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며 “북한산 석탄 반입 과정에서 나타난 ‘은행 연루설’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더 확산되기 전에 정부의 공식발표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확한 해당 은행 파악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관세청 및 외교부 등으로부터 충분한 자료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관련 기관에 필요한 서류를 요청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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