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남북은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고위급회담을 열고 9월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이같은 사항이 담긴 공동보도문을 통해 "회담에서 쌍방은 판문점선언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했다"면서 "회담에서는 또한 일정에 올라있는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가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는 9월 개최될 남북정상회담의 관건은 무엇보다 비핵화·종전선언의 '가시적 결과물'로 전망된다.

13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경회의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8.08.13./사진=뉴시스

◆남북 세 번째 정상회담 “9월 내 평양에서”

당초 남북은 3차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8월 말∼9월 초'에 개최한다는 데 이미 서로 간에 암묵적 상호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회담에서 최종적으로 날짜가 결정될 것이란 예측이 다수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는 4·27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남북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그리고 방북단의 규모 등이 합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결국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종결회의 뒤 기자들에게 "기자 선생들 궁금하게 하느라 (남북정상회담) 날짜 말 안 했다"라며 "날짜 다 돼 있다"라고 밝혔다.

리 위원장은 '북한 정권수립일인 9·9절이 회담 일정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는 “9월 안에 진행된다”며, “날짜도 다 돼 있다”고 일축했다. 이어 이번 회담에 대해서는 "잘됐다"라고 평가했다.

관심은 북한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 전인지 후인지로 모인다. 물리적으로는 9일 이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지만, 정권수립일 이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엔총회(9월 18일)에 남북이 함께 참가하는 방안도 논의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13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관련해 9월 초까지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 날짜는 결정됐는가'라는 질문에 "현실적인 여건들을 (감안했을 때) 9월 초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에는 남측에서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이 대표로 자리했으며, 북측은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박용일 조평통 부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로 나섰다.

조선중앙TV는 26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 번째 정상회담 영상을 27일 공개했다. 2018.05.27./사진=조선중앙TV

◆관건은 ‘가시적 결과물’...비핵화·종전선언

남북 정상이 9월에 다시 만날 경우,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만남이 된다. 한 해 동안에만 세 차례 만남을 갖는 남북 정상의 모습은 남북 평화 모드 조성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개연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제 만남의 관건은 결과물이다.

리 위원장은 13일 남북 고위급 회담 종결회의 모두발언에서 '필요한 조치'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북측이 제기한 문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개별 접촉에서 북측이 제기한 문제를 남측이 해결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리 위원장은 "북남 사이 미해결로 있는 문제와 북남 관계 개선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책임지고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라며 "(문제해결이) 북남 관계를 일정대로 발전시키고 문제를 실행해나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부 장·차관 선생도 다 나오고 청와대도 나온 만큼 이 문제에 대해 더 언급하지 않아도 필요한 대책 세우자고 생각한다"며,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일정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여러 차례 언급했다.

남측 단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리 위원장 말씀처럼 쌍방이 각자 노력 다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리 위원장이 제기한 것과 우리 측이 제기한 것을 함께 풀어나가면 좋은 전망, 성과가 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건은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 즉 북한 비핵화를 위한 단계로서 이전보다 구체화된 결과물을 도출해내느냐이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눈치게임을 벌이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그렇다. 북미가 아직 종전선언을 협의하진 못하더라도 남북 사이에서 일정 부분 진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 측은 미국 측을 향해 ▲유해송환 ▲핵실험 갱도폭파 ▲억류자 석방 등 사전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한 보상 격으로 ‘종전선언’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13일 서울 국립외교원에서 ‘한미관계: 새로운 65년을 향하여’를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종전선언’ 관련해 “지금 우리가 뭐라고 얘기하기는 시기상조이고 너무 빠른 것 같다”고 언급하며 ‘종전선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측은 ▲핵시설 신고 등 구체적인 비핵화 단계에 북한 측의 실행이 아직 미흡하다며 종전선언을 마지막 카드로써 남겨두고 있는 실정. 결국 오는 9월 개최될 남북 정상의 만남에서는 이 같은 의견 차이를 얼마나 좁힐지가 관건인 셈이다.

한편,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이행준비위원회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로 전환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으며, 본격적인 9월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여야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오는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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