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소비 창출 vs 나눠먹기식 경쟁구도…면세한도 상향 우선 지적도 잇따라

사진=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입국장 면세점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문함에 따라 그간 흐지부지하게 흘러갔던 입국장 면세점의 실현이 눈 앞으로 다가온 모양새다. 문 대통령의 의지에 힘입어 실제 입국장 면세점의 도입이 추진될 경우 이는 무려 6전7기만에 이룬 성과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분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그간 대형 면세업체들이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있어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왔던데다, 금번 회의에서 중견·중소 면세점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라는 특별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해외여행 30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서 (관광객들이) 시내나 공항 면세점에서 산 상품을 여행 기간 내내 휴대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입국장 면세점 도입 검토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관광수지 적자가 해마다 늘고 국민의 국내 소비 증가보다 해외 소비 증가율이 몇 배 높은 상황에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할 수도 있다”며 “외국인들의 국내 신규소비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입국장의 혼잡 등 부작용 대응 방안까지 포함해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미 전세계 71개국 135개 공항에서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일본과 중국에서도 이미 도입을 결정하고 확대하는 추세”라고 부연하며 특별히 “중견·중소기업들에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함께 검토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특별 지시는 그간 국민들의 지속적인 요구로 입국장 면세장 도입이 6차례나 발의됐음에도 불구하고, 부처와 업계의 반발 등으로 번번히 무산당했던 것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중견·중소 면세업체들은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되더라도 대기업에 밀려 설 자리가 없을 것으로 예측됐던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이 ‘중견·중소’를 콕 찝었기 때문이다.

한 중견 면세업체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의 도입은 국민 편의 증진은 물론 중견·중소업체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내 이용객의 해외 면세점에서의 지출을 국내 소비로 돌릴 수 있는 것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의 추가적인 소비 창출까지 이룰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도입을 적극 반겼다.

실제 입국장 면세점 도입 등이 포함된 관세법 개정안은 지난 2003년부터 6차례나 국회에 발의됐을 만큼 뜨거운 감자였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등은 입국장 면세점은 해외에 반출되는 조건을 전제로 세금을 면제하는 면세품 조항인 ‘소비자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며 번번히 무산시켰다.

여기에는 기내 면세점을 운영 중인 항공사들이 그간 입국 면세점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을 비롯한 국내 항공사들은 ‘기내 면세점’을 운영하며 입국 시에도 면세 쇼핑을 가능하게 하고 있기 때문.

연간 3000억원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일명 ‘알짜 사업’을 방해하는 입국장 면세점의 도입을 항공사들이 가만 둘리 없다는 것이 이 같은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여기에 대형 면세업체들 역시 그간 도입에 있어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상 시내 면세점과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국장 면세점을 추가적으로 오픈할지언정 매출 향상보다는 임대료 부담만 느끼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롯데면세점에 이어 삼익면세점까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인천공항면세점의 반납을 결정했을 정도로 현재 면세사업 자체가 녹록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지시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이번 입국장 면세점의 경우 심지어 중견·중소 면세업체로 입점이 한정될 가능성이 큰 상태라 더욱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실정이다.

한 대형 면세업체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 초기의 매장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의 전반적인 매출에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담배·주류 등 물품의 경우 매출 영향이 상당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추가 소비 창출보다는 기존 업체들간의 나눠먹기식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대형 면세업체 관계자 역시 “중견·중소 면세업체들이 특별히 언급되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도입을 반기고 있다지만 사실상 임대료 부담을 안고 어떤 업체가 입국장 면세점 입찰 전쟁에 뛰어들련지도 의문”이라며 “중견·중소 면세업체들은 브랜드 유치력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는데 소비 창출로 내수경제를 살리고 소비자의 편의를 돕겠다면서 이렇게 한정해버리면 막상 실효성이 얼마나 있으련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입국장 면세점의 도입이 면세업계의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되지 않으려면 면세한도를 늘리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내국인 구매 한도는 출국 시 3000달러($), 입국 시 600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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