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號 출범 전 전환 마무리…이용한 회장, 원익홀딩스 '지분 뻥튀기'
옥상옥 비난에도 이용한 회장, 원익 지분 강화 박차

사진 = 원익그룹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취임 2년 차를 맞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여전히 기업들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공정위는 재벌개혁 고삐를 더욱 조여 나갈 의지도 천명한 상태다. 이에 기업들은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에 동참, 앞다퉈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재계 곳곳에는 '꼼수'로 재벌개혁을 피하려는 기업이 있다. 2016년 지주사전환 작업을 마친 이용한 회장의 원익그룹은 무늬만 지주사 전환 비난을 받는 '옥상옥'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

원익그룹은 '이용한 회장-(주)원익-원익홀딩스'로 이어지는 지주사체제를 갖추고 있다. 일반적인 지주사체제라면 이용한 회장이 원익홀딩스를 지배하고 원익홀딩스가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해야 한다. 하지만 이용한 회장은 지주사인 원익홀딩스 위에 원익을 뒀다. 이용한 회장은 원익과 원익홀딩스 모두를 지배한다.

이용한 회장은 이러한 옥상옥 지배구조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봤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원익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두 배 이상 키울 수 있었던 것. 이용한 회장의 지주사 전환 전 원익IPS 지분은 6.8%였지만 원익홀딩스 신설 이후 16.1%로 급등했다. 원익도 마찬가지. 구 원익IPS 지분율은 10.16%였지만 지주사 전환으로 원익홀딩스 지분을 23.9% 확보하게 됐다.

이후 이용한 회장과 원익은 원익홀딩스 지분율을 확대했다. 지난 6월 30일 기준 원익홀딩스 지분율은 이용한 회장 18.1%, 원익 26.9%다. 이옹한 회장의 원익 지분율은 38.69%다. 즉 이용한 회장은 강력한 그룹 지배력을 갖췄다.

하지만 옥상옥 구조는 지주사체제 취지와 어긋난다. 지주사체제는 오너일가의 경영투명성 확보와 주주 권익 제고를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고자 과세이연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대신 지주사는 매년 공정위에 지분율 현황 등 지정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반면 기업 총수가 지주사 체제 밖에 있는 계열사를 통해 지주사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는 세제혜택은 다 받으면서도 지배구조 단순화 및 투명화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에 SK그룹, 하림그룹, 영원무역그룹 등은 최근 옥상옥 지배구조를 깨고, 단일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며 공정위의 재벌개혁 의지에 호응하고 나선 바 있다.

이용한 회장./사진 = 원익

재계에서는 옥상옥 구조를 고집하는 이용한 회장의 복심에 2세 승계 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경영승계를 위해서는 현 구조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용한 회장은 원익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최대 한도인 242만2620주를 청약한 상태다. 계획대로 모든 물량을 배정받으면 이 회장의 원익 지분율은 무려 40%로 상승하게 된다. 원익을 통한 원익홀딩스 지배구조를 한층 강화하는 셈이다.

원익 지분만 승계해도 그룹 지배가 가능한 상황을 고려하면 원익을 자녀들에게 넘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이에 승계 포석으로 옥상옥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창업주인 이용한 회장은 1954년생으로 현업에서 활동하며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다. 즉 경영승계가 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현재 원익그룹 지배구조상 가족의 경영 참여나 지분 보유 등이 없어 옥상옥 구조가 승계 문제를 위한 계책이란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원익은 시가총액은 물론 기업가치 등 모든 면에서 원익홀딩스에 비해 떨어진다. 자체 사업이 적자를 내고 있어서다. 원익은 별도기준 올 상반기 영업손실 7억9995만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을 키웠다.

시가총액도 16일 기준 원익홀딩스는 4179억원인데 반해 원익은 1194억원에 불과하다.

한편 이용한 회장은 원익, 원익머트리얼즈, 원익큐브, 원익투자파트너스, 위닉스, 호라이즌캐피탈, 원익테라세미콘, 원익홀딩스, 원익Q&C, 원익IPS 등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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