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 ‘제동’…"인가만 3달, 연내 힘들 것"

KB증권 사옥 전경. <사진=KB증권>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사업이 순항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초대형 IB 증권사 중 ‘3호’ 사업자가 언제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발행어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판매 실적은 호조를 띄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를 따낸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증권사 중 수익성 1위를 기록하며 사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287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2706억원과 비교했을 때 6.2% 수준인 167억원 증가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작년 11월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한 것 역시 서서히 실적에 드러나고 있다. 올해 8월 초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2조 7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발행어음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할 때 기대했던 대로 단기금융업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단기 사모사채‧기업어음(CP) 인수, 기업대출 업무를 포함해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매입에도 적극 나서는 등 시도할 수 있는 사업모델도 한층 다양해졌다.

발행어음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NH투자증권도 사업시작 한 달 만에 8600억원 어치를 판매, 연말까지 1조5000억원 판매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발행어음 CMA 잔액은 1조299억원으로 6월 6690억원과 비교하면 53.9% 증가했다. 계좌 수는 3만4402개로 6월 1만7178개 대비 100.3%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은 발행어음으로 운영자금 조달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할 전망이다.

이처럼 발행어음 사업자 간 경쟁 체제가 형성되면서 새롭게 합류할 3호 사업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 신규로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는 없다.

당초 KB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이 후보로 물망에 올랐지만 각종 사건·사고로 발행어음시장 합류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KB증권은 당초 이달 중으로 발행어음 인가를 재신청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직원의 횡령사건이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직원 횡령의 경우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발견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 징계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한차례 철회 이력이 있어 재도전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단기금융업은 만기 1년 이내인 어음(발행어음)을 발행·매매·중개하는 업무로 금감원의 심사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인가 여부를 결정하고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한다. 심사에만 최소 두 달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발행 어음 사업자가 되기는 무리라는 관측이다.

KB증권 관계자는 “단기금융업 인가의 신청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시기를 구체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며 “횡령 건은 현재 당국 조사 중인 상황으로 이와 별개로 단기금융업 사업은 착실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대규모 배당사고가 일어나면서 구성훈 전 대표가 사임하고 6개월간 신규 투자자의 주식 중개업무가 정지되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신규사업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배당오류 사건에 대한 처분으로 업무 일부정지 6개월, 과태료 1억4400만원 부과, 구성훈 대표 직무정지 3개월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업무 일부정지 제재를 받을 경우 제재가 끝난 날부터 향후 2년 동안 신규 업무 허가에 제한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재신청은 2021년 1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내부거래 의혹 조사를 받으면서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보류됐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정위 결과가 나온 후 발행어음 인가 신청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나, 결과 발표까지 시일이 걸리는 만큼 올해 안에 사업 인가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 인가 과정만 2~3달이 걸리는 만큼 연내에 ‘3호 사업자’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며 “단기금융업 허가를 원하는 증권사들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