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8.08.16./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16일 헌정 사상 첫 대통령 주재 여·야·정 협의체 가동에 합의했다. 이날 4·27 판문점 선언 비준안과 각종 민생·경제법안 처리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한 가운데, '탈원전'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못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주재 ‘여·야·정 협의체 가동’ 합의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16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본격 가동하는 데 합의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은 작년 5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이날 오찬에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와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직무대행 및 5당 원내대변인이 참석했으며, 2시간 12분에 걸쳐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국회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는 협의체 방식은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이 내세운 핵심 공약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여야 원내대표 회동 때에도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으나 여러 이견 차로 협의체가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크게 세 가지 합의를 했다"며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법안,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내용"이라고 여·야·정 협의체의 성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여·야·정 협의체 성사를 위해 “사실 국민들은 정말 여·야·정 간의 협치를 아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대통령의 정책 속도와 방향도 조절하고 현실에 부합하는 정책을 만드는 데 야당도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화답했다.

여·야·정 협의체는 분기별로 연 4회 개최를 원칙으로 하지만, 여야 합의에 따라 추가로 개최하기로 했다. 첫 협의체는 2019년 예산안 시정연설 이후인 11월에 열기로 했으나, 필요시 여야 합의에 따라 추가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은 이날 8월 임시국회 처리 법안에 대해 "민생과 경제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하고 여야는 민생법안과 규제혁신 법안을 조속히 처리한다"는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국민안전을 위한 법안, 소상공인·자영업자·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법안,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법안 등 민생경제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 재난안전법이라든지 전기요금 누진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에 대해서도 뜻을 모아주시기를”이라고 당부했다.

다만 "규제혁신 법안 관련해서는 정의당은 의견을 달리한다"는 대목을 합의문에 명시했다.

이에 따라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율 기준을 올리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과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규제 샌드박스 5법이 우선 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부담 최소화와 이를 위한 제도개선에도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편 논의와 관련해선 “지난 개헌안 제시 때 내용을 담았는데 비례성·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소수 야당에 힘을 실어줬다.

한편,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항구적 평화정착 및 남북교류 협력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면서, 이를 위해 오는 9월 중순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여야가 협력하고 지원하자고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회동 인사말에서 "다음 달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데 판문점선언에 대해 국회가 비준동의를 해주신다면 평양 정상회담에서 훨씬 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또 "방문 시기와 방문단 규모·일정을 북측과 협의해야 하지만 우리 정부 기본입장은 국회도 함께 방북해 남북 간 국회 회담의 단초도 마련했으면 하는 욕심"이라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도 판문점선언 비준동의를 평양회담 이전에 해주신다면 남북 국회회담 추진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다만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와 관련한 부분은 이날 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탈원전’ 놓고 여야 이견 여전

이날 회동이 전반적으로 순조로운 합의의 분위기로 진행됐지만,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의견 차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제1야당인 한국당 김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의 의견과 달리한 점이 상당했다.

먼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번째 의제로 탈원전 정책을 넣으려 했는데 들어가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가 비공개 회동에서 대통령에게 “한국당 입장은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으로 탈원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란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일단은 탈원전이라는 표현부터 적절하지 않다”며 “7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탈원전을) 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스텝 바이 스텝’일 수는 없다”는 뉘앙스로 반박했다고 참석자들은 설명했다.

덧붙여 문 대통령은 “경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탈원전 문제를 (추진)할 것”이라며 “월성원전은 워낙 노후해서 폐쇄하지만 신고리 원전 3개는 신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드루킹’ 특검에 대해서도 김 원내대표가 특검 연장을 요청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당, 정의당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에게 일침한 것으로 전해진다.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공공부문 확대 정책이 저성장과 경제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방향을 전환해야 하며 규제 개혁도 광범위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민연금 논란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직무대행도 “혁신성장이 규제 완화라는 방향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잘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