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지난달 취업자 수 5000명 증가’라는 '고용 쇼크'와 관련해 당·정·청이 지난 19일 긴급 회동했지만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사이에 갈등만 드러났다. "필요하면 수정을 검토하겠다"는 김동연 부총리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간에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난 것이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당·정·청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오른쪽 네번째) 정책위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원내수석부대표, 김동연 경제부총리, 홍영표 원내대표, 김태년 의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사진=뉴시스

◆김동연 "보완"vs장하성 "고수"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휴일인 19일 긴급회의를 열었다. 앞서 통계청 발표에서 지난달 취업자가 1년 전보다 5000명 늘어나 8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상황이 참사 수준인 것으로 확인돼서다.

이날 회의에선 한국 경제의 양축인 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미묘한 의견차를 내며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에 있어서 효과를 되짚어보고 필요한 경우에는 관계부처, 당과 협의해 개선 또는 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에서 일부 방향 수정 등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어 김 부총리는 “고용 문제가 어려운 것은 구조 요인, 경제 요인, 정책 요인이 작용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규제개혁과 미래성장 동력 등 혁신성장 가속화를 통해 민간의 일자리 창출력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선 일자리 상황 및 추경을 속도감 있게 하고 내년 재정 기조를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며, “정부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에 덧붙여 “청년과 노인, 저소득층 소득을 확대하고 가계 지출을 줄여 주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문재인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경제가 활력을 회복할 것으로 바라봤다. 그는 “저소득층과 중산층 국민들이 정책 성과를 체감하고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장 실장은 "경제성장 혜택이 중산층, 서민,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가지 않는 모순된 구조가 계속되고 성장이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 모순된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며 고용악화의 근본 원인을 설명했다. 그는 "한두달 단기간에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지는 않지만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 대책과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일부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자영업자 대책과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 자영업자 상황이 일부 개선되고 일부 산업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이 안정화되면 고용 상황도 좋아질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감히 말씀드린다.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두 경제수장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자 김 정책위의장은 김 부총리의 '개선·수정' 발언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며 "집행과정에서 미세하게 조정하거나 개선해야 될 상황이 생기면 조금 보완하겠다는 뜻으로만 봐달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좀처럼 고용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뭔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서 적절한 대책을 내놓겠다”면서 “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오르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오전 춘추관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서로 같은 얘길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축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언론에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두 분이 어떻게 단어 하나, 문장 하나까지 똑같은 말씀을 하실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서로 접근하는 방식과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다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장 실장께서 하신 말씀은 우리 정부의 정책기조와 철학이 흔들림없이 간다는 점을 말씀하신 것이고, 김 부총리는 그런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해결해가면서, 풀어가야겠다는 말씀으로 서로 같은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의 갈등은 쉽게 진화되지 않았다.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윤영석 수석대변인에게 임명장을 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7.25./사진=뉴시스

◆야당, "장하성 정책 실장 사퇴하라"

자유한국당은 당정청 회의에서 비롯된 갈등에 대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한 장하성 정책실장은 사퇴하라”라고 촉구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9일 논평에서 “고용 쇼크를 넘어 고용 재난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뒤늦게나마 인식하고 긴급하게 회의를 열었다”며, “하지만 고용위기, 경제위기를 초래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윤 대변인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내년도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한 것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로 나타나는 부작용을 전부 세금으로 메꾸려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장하성 정책실장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고용상황도 개선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놓았다”며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미 실패한 경제정책을 붙들고 현실과 괴리된 환상에 빠져 있으니 경제가 좋아질리 만무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장 실장에 대해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질타했다.

하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좀 사람 보는 눈이 없다. 왜 아직도 (대통령정책실장이)장하성 그 분이냐”며, “지금 김동연(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장하성, 한 쪽으로 교통정리를 해야된다”고 촉구했다.

이어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이런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과했다”며 “사과 과정은 좀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속조치를 보면 소득주도 성장을 주도한 장하성 실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인사 조치를 하고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 청와대에 계속 같이 있으면 경제가 살아날 수 있겠는가”라며, “현장 경제 전문가가 있고, 그냥 글만 쓰는 분이 있지 않는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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