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가장 빠르고 정확히 소식을 접한다는 기자의 숙명은 가끔 한 켠에 고이 접어두고 싶을 때가 있다. 얼마 전 대전의 CJ대한통운 택배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20대 청년의 죽음 역시 그러했다. 

군에서 전역한지 2개월 된 이 청년은 자신의 학비와 생활비를 벌여 부모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물류센터 현장에 투입됐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 이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또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비싼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위험한 노동으로 내몰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안전 권리 조차 보상 받지 못하는 작업에 청년들이 내몰리고 있다. '젊어서 고생은 돈을 주고서라도 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지금 청년들에게는 가혹한 말이다. 단지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청년들이 감수해 나가야하는 현실이 너무 무겁기만 하다. 

지난달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결과'에 따르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청년층 중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청년은 올해 5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2만7,000명 늘어난 25만3,000명으로 전체(330만1,000명)의 7.7%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젊은 청년들이 사회 첫 발을 내딪자 마자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소리다.

이는 결국 사회 악순환의 되풀이를 말한다. 어쩌면 20대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 모두의 책임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무관심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수많은 청년들이 목숨을 담보로 현장에서 하루하루 버텨가고 있다.

이번 사고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사측의 책임에 무게를 뒀다. 정의당 대전시당 남가현 대변인은 "이번 사고는 CJ대한통운의 책임이 명백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 누전이 추가적으로 발견되어 작업중단 구역이 확대된 것으로만 보아도, 위험한 작업환경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발적 사고, 혹은 노동자의 과실로 몰아가려는 무책임함에 대전 시민들이 함께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대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고, 하청/특수고용 노동자 산재에 대한 원청 처벌, 산재 사망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 등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 제정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는 이번 사건사고에 대해 CJ대한통운 측 입장도 들어봤다. CJ대한통운의 홍보 담당자 역시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CJ대한통운 측은 "일단 최선을 다해서 유가족과 협의할 계획"이라며 "더이상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기 위해 작업 환경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우리사회가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사고다. 더이상 안타까운 희생이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 아직 꽃도 피우지 못한 수 많은 청년들이 희생양으로 전략돼서는 안된다는 소리다. 그 어떤 합의도 안타까운 청년의 죽음 앞에 애도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