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전기로, 생산중단 4년…이란 불발 후 지지부진
동국제강 후판 설비, 설비 노후 발목

동국제강 당진 후판공장(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김덕호 기자]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의 철강 설비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부제철이 매각을 추진 중인 전기로 설비는 2014년 이후 가동을 멈췄고, 동국제강의 포항 2후판공장 역시 2015년 이후 가동되지 않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설비 매각대금을 통해 재무 안정성 제고, 신사업분야 강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연내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과 동부제철은 각각 전기로와 후판 설비를 매각 중이다. 하지만 양사 모두 지난해 이후 새로운 매입 대상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설비 가동 중단 기간이 최대 4년에 이르는 만큼 설비 노후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동부제철 전기로는 설비의 규모와 금액면에서 가장 크다.

당진공장에서 운영되던 전기로 열연 설비의 생산 능력은 연 300만톤 규모로 당시 구매 금액은 1조2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철강 공급과잉, 열연강판 가격 하락 등이 곂쳐져 매년 1000억원 수준의 적자를 냈고, 결국 설비 매각이 결정됐다. 지난해에는 이란 카베스틸이 1200억원을 제시, 매각 작업이 진행됐지만, 이란제재 우려와 채권단과의 가격 조정 문제로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전기로 매각은 채권단과 동부제철에 의해 추진 된다. 그러나 국내 철강사에는 매력이 없어 해외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비업체 관계자는 "동부제철의 열연 설비는 도입 시기에서부터 부정적인 관측이 나온 바 있다"며 "철스크랩 수급이 불안정하고, 양질의 쇳물을 얻기 위해서는 선철의 공금도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경쟁력있는 가격에 선철을 구할 수 없어 경쟁력이 없다"고 전했다.

동국제강이 2015년부터 매각을 추진 중인 포항 2 후판 설비도 지지부진하다. 올 상반기 장세욱 부회장은 설비 연내 매각을 확신하는 분위기를 전했지만 매각 대상자는 아직 나오지 않고있다.

동국제강의 포항 2 후판 설비는 연간 150~190만톤의 후판을 생산 능력을 가졌다. 동국제강은 후판 2설비를 매각한 후 컬러강판 등 고부가 철강제품으로의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었지만 설비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차질이 생겼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해외 바이어들이 설비 구매 의사를 타진했지만 동국제강과 가격차가 있어 매각되지 않았다. 주요 수요처인 조선업황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현재까지는 관련 수요가 급증하지 않아 아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 설비업체 관계자는 "철강설비의 경우 최근들어 중국 업체들이 만들어 내는 복제품이 많은데, 이와 비교했을 때 동국제강의 설비는 메리트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1990년대에 설치가 완료된 설비고, 유휴기간도 길어 어떻게 관리가 됐는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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