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법인 분리 후 공장 폐쇄나 매각 의도"
한국GM, 생산공장·R&D부문 '법인 분리' 추진

30일 한국GM노조가 KDB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인분리 반대를 외쳤다. / 사진 = 월요신문

[월요신문=김덕호 기자] '법인 분리' 문제를 놓고 한국GM과 노조가 한 달째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GM의 법인 분리 계획은 법인 쪼개기를 통해 공장을 폐쇄하거나 매각을 하려는 사전 작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한국GM노조는 오전 10시 여의도 KDB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GM 법인 분리 반대를 위한 산업은행의 개입을 요청했다.

한국GM은 지난 7월19일 생산 공장과 R&D부문을 각각 '생산 법인'과 'R&D 법인'으로 분리하는 '법인 분리' 안을 산업은행에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법인 분리는 정상화 합의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고, 법인 설립 의도와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달라”는 공식 답변을 요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국GM은 아직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국GM노조는 법인 분리는 단일 법인의 쪼개기를 통해 공장을 폐쇄하거나 매각하려는 '구조조정의 포석'이라고 주장했다.

한국GM이 분할을 통해 ‘생산 법인’과 ‘R&D 법인’으로 회사를 나눈 뒤 생산 법인을 폐쇄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생산 법인의 폐쇄 혹은 매각은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를 의미하지만 R&D법인이 남기 때문에 한국GM은 '세금도둑', '먹튀'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날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GM이 말한 신규 법인 설립은 지금의 단일 법인을 생산과 연구개발의 2개 법인으로 분리하겠다는 의미"라며 "법인을 쪼갠 뒤 공장 폐쇄나 매각을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장을 두 곳으로 분리할 경우 GM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많아 진다"며 "필요하거나 규모가 작은 한 곳만 두고, 나머지 사업장은 철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든 사업장을 철수하면 '먹튀'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하나의 법인만 철수하면 '경영행위'라며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직 확대로 인한 손실과 고정비 상승, 생산물량 미확보로 인한 경영불안 등 한국GM이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 노력에 소홀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한국GM은 단일법인으로도 생산과 개발을 해내고 있다"며 "GM이 계획하고 있는 법인 분리가 강행될 경우 더 많은 임원, 재무, 회계, 인사, 노무 등 인적조직이 확대되고, 이에 따른 고정비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현재 한국GM에는 생산직과 비생산직을 합쳐 1만3000여명이 근무 중이다. 이 중 신설 연구법인에 3000여명이 배치되면 한국GM 생산법인은 부평과 창원공장 2곳에서 1만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게 된다.

문제는 생산공장의 물량확보에는 회사 측이 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GM으로부터 향후 5개의 신형 SUV 출시 소식을 받고, 이를 한국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회사측의 답변은 'NO'였다"며 "필요한 공장이 있으면 전세계 공장으로 물량을 돌리고 한국에서 필요하면 수입하면 된다는 것이 회사의 공식 답변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수만으로는 2개의 공장이 모두 가동하기는 힘든 상황이다"며 "보여주기식 발표 이후 실질적인 행동이 없고, GM 전례로 봤을 때 철수를 한 초석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