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봉 대표, 취임 당시 불거졌던 ‘낙하산 인사’ 우려 현실화

서기봉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사진=NH농협생명>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NH농협생명의 실적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23.5%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취임 2년차를 맞은 서기봉 대표의 ‘책임론’까지 언급되는 등 위태로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올 상반기 실적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658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올해 상반기엔 501억원으로 감소한 것이다. 이는 23.8%가량 줄어든 수치다.

NH농협생명의 실적 악화는 서기봉 대표이사 취임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서기봉 대표이사 취임 전인 지난 2016년 1분기 NH농협생명의 영업수익은 3조4260억 원, 영업이익 578억 원, 당기순이익 322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기준 영업실적은 각각 23.6%, 21.2%, 36.4%씩 감소했다.

또한 NH농협생명은 지급여력비율(RBC)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농협생명의 RBC비율은 2016년 12월 말 186.46%에서 2017년 217.92%로 높아졌지만, 2018년 3월 말 213.93%로 다시 낮아졌다. 농협생명의 자산규모는 생보업계 4위에 해당하지만 최근 신한생명이 ING생명 인수·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이마저도 내줄 위기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생보업계가 오는 2021년 도입될 IFRS17을 대비해 저축성 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 보험을 늘리는 등 기존 영업방식의 변화와 즉시연금 사태까지 맞물리며 전체적인 실적 부진을 겪고 있지만, NH농협생명의 설적 악화는 이러한 요인을 뛰어넘는 수준이라 입을 모은다.

연이은 실적 부진에 농협생명 내부에서는 서기봉 대표의 ‘책임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서 대표는 농협중앙회로 입사해 2015년 NH농협은행 부행장을 거쳐 지난 2017년 1월 농협생명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올해 초 연임에 성공했다.

서 대표는 1986년 입사해 농협은행에서만 일했다. 이 때문에 농협생명 대표이사 취임 초부터 ‘자질론’이 불거졌고 보험업에 관련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같은 전라남도 출신인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도 불거졌고, 결국 이 모든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NH농협금융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중앙회장의 ‘인사 전횡’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서 대표의 취임 당시 한 내부 관계자는 “은행 적자와 보험업 위기 등 NH농협금융 전반이 비상 국면임에도 중앙회의 낙하산 인사가 계속돼 임·직원 불만이 크다”면서 “금융업은 사람이 가장 중요한데, 비전문적 인사가 계속 내려오니 경쟁력 강화는 불가능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농협생명은 농협중앙회에 ‘농협’ 브랜드 명칭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는데 이 역시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다. 농협생명이 명칭 사용료로 중앙회에 주는 금액은 2015년 302억원, 2016년 496억원, 2017년 526억원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7월 농협생명에게 경영유의 2건과 개선사항 20건 등을 통보하면서 농협중앙회에 내는 명칭 사용료를 줄이라고 요구했지만 서 대표는 취임 후 농협중앙회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속적으로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서 대표에게 실적부진과 추락하는 재무건전성, 자신을 둘러싼 ‘자질 논란’ ‘낙하산 인사 논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업계는 서 대표가 남은 임기 동안 실적 개선을 이뤄내고 뚜렷한 경영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업계 4위 NH농협생명의 입지 자체가 흔들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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