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행 추가 비리 포착…DGB캐피탈 본사 압수수색 실시

박명흠 대구은행장 대행. <사진=DGB금융지주>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채용비리와 불법 비자금 조성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DGB대구은행이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은행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방검찰청 특수부는 박명흠 현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의 추가 비리 정황을 포착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DGB캐피탈 본사 인사부서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박 대행이 지난해 아들의 DGB캐피탈 입사 당시 채용 청탁 등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을 확인하고, 신입직원 채용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재 DGB금융그룹과 대구은행의 비자금 조성, 채용비리 등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일부 사외이사들의 적격성 문제에 주목해 수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DGB금융 채용비리와 관련 지난 7~8월 조사를 진행했으나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은 채용 청탁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당시 박 대행은 “DGB캐피탈 입사 지원 과정에서 아들이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열심히 노력해 합격한 것”이라며 “청탁 등의 부정채용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구지검은 당시 인사 업무 담당자를 소환해 점수 조작과 같은 채용 비리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대구은행은 지난 7월 김경룡 대구은행장 내정자가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내·외부 사퇴 압박을 받으며 자진사퇴를 한 바 있다. 김 내정자의 사퇴는 채용비리 의혹과 함께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행장의 최측근이라는 이유로 은행 내·외부에서 사퇴압박을 받아온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취임 직후 인적 쇄신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인적 쇄신에 속도를 높이려던 차에 다시 한 번 악재를 맞이하게 됐다. 대구은행 수장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박 직무대행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구은행은 물론, DGB금융그룹 역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DGB금융의 최대 현안인 하이투자증권 인수도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DGB금융은 지난해 12월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전임 그룹회장 겸 은행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등의 혐의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제동이 걸리면서 인수 자체가 무산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또 다른 채용비리 정황이 드러난다면 하이투자증권 인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DGB금융그룹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 인수 건은 이달 중 금융위의 인수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사외이사들에 대한 인적쇄신과 그룹차원의 경영쇄신 후속 조치도 조만간 해결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