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북 특사단이 5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특별기에 탑승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2018.09.05./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평양에 도착, 고려호텔에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과 환담을 한 후 다른 장소로 이동해 공식면담을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북특사단은 이날 당일치기 방북을 통해 늦은 밤까지 평양에 체류하며 북측 지도자와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이날 대북특사단의 방북 후 나올 북한의 메시지가 향후 한반도 정세를 넘어 남북미의 판도를 가를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특사단의 과제 "세가지 성과 달성하겠다"

정 실장은 이와 관련 지난 4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특사단이 ▲남북정상회담 날짜 및 의제 도출 ▲판문점선언 이행 협의 ▲완전한 비핵화 위한 협의라는 세 가지 성과를 일궈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특사단은 이번 방북을 통해 이달(9월) 중순 개최가 예정된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구체적 일정과 의제 논의,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완전한 비핵화 방안 논의, 판문점 선언 이행 과제를 점검 과제를 안고 있다. 정 실장이 '이달 초 개소'를 언급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일자가 확정될지도 관심이다.

아울러 특사단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국면을 남북관계 개선으로 타개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서신도 전달한다. 현재 미국과 북한이 서로에게 각각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핵신고 리스트, 종전선언 문제를 중간에서 중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공식면담의 상대가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남북미 정세 어떻게 진행될까

이번 대북특사단의 결과가 남북미 정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9월4일 밤 9시부터 50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대북 특사 파견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대북특사단 파견 전날인 지난 4일 한미정상 통화와 관련한 서면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UN 총회를 계기로 직접 만나서 한반도 문제 관련 향후 전략과 협력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지난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이후 석 달 만에 연결된 이번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난항에 빠진 북미대화의 촉진자·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동의를 표시하면서 좋은 성과를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금까지 북핵 및 한반도 평화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많은 진전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력과 과감한 추진력 덕분”이라고 평가하며 “남북정상회담 개최 준비 및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 정착을 달성하는 방안 등을 협의하기 위해 대북특사단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단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그 결과를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있어 중대한 시점이며, 이는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가는 것”이라면서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 긴장 완화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해,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하며 “9월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지난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합의사항 이행과 향후 대화 등을 위해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통화를 통해 오는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개막하는 유엔 총회 계기에 한미 정상 간 회동을 추진키로 했다.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 결실 맺나

‘평양 회담’이 될 남북정상회담과 이어 한미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개최될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북미 교착 상태를 중재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빛을 볼까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오늘 파견된 대북특사단이 남북정상회담의 날짜를 조율해 중순께 개최되고, 한미정상회담은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 중 하순에 열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 계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직접 설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종전선언과 핵 신고 등 비핵화 조치의 선후 등을 놓고 북미가 끝없는 줄다리기를 벌이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대북 특사단은 북미의 교착점을 찾고 있다.

중재외교의 초점은 일단 지난 달 취소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조기에 성사시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으며, 결국 이번 특사단은 향후 폼페이오가 방북해 북한과 순조로운 협의를 나누기 위한 사전 중재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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