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지현호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일고 있다. 외국 헤지펀드가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고 나서서다.

7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달 14일 현대차그룹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제시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인용한 익명의 소식통은 현대차그룹이 국내법의 제약을 이유로 엘리엇측 제안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엘리엇이 제안한 내용은 우선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A/S사업부문은 현대차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의 존속부문(모듈·핵심부품 부문)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내용이다. 또 합병현대글로비스는 기아차와 총수일가로부터 합병현대차 지분을 매입하고 총수일가는 합병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추가 인수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현대차는 과잉보유하고 있는 현금을 반기 또는 분기 배당으로 주주에게 환원하고 현대차 및 계열사의 이사진을 국제적 배경을 가진 인물들로 다양화해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란 식의 개편을 제안했다.

엘리엇은 이 경우 현대차그룹의 숙제인 순환출자구조가 해소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제안이다. 이 경우 합병현대글로비스는 일감몰아주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에 합병비율에 따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에 반발하는 주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엘리엇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지나친 간섭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업 경영의 중대 사안인 지배구조 개편안을 특정 주주가 직접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 자체가 도 넘은 행동이란 지적이다. 또 이를 언론에 의도적으로 유포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현대차그룹을 흔들기 위한 작전이란 해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이 한 차례 무산된 이후 아직까지 후속안이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엘리엇의 제안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현재 시장 확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합당한 여건과 최적의 안이 마련되는 대로 절차에 따라 모든 주주와 단계적으로 투명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서한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8월 13일 기준 현대차 지분을 약 3%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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