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구속된 뒤에도 5,000만원 안팎의 급여 지급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비자금 조성과 채용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겸 대구은행장이 법정 구속된 뒤에도 일정 기간 동안 고액의 급여를 지급 받아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전 회장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점수조작, 자격모용 등의 방법으로 24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와 직원에게 인사부 컴퓨터 교체와 채용서류 폐기 등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됐다.

또한 취임 직후인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이른바 상품권 깡 수법으로 3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뒤 8700만 원 상당을 개인 경조사비 등으로 쓰고, 상품권 환전 수수료로 9200만 원을 지급하면서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인카드로 고급양복을 사는 등 2110만 원 상당을 개인용도로 쓴 혐의도 받고 있다.

박인규 전 행장은 지난 3월말 은행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물러났다. 문제는 4월 말 구속 수감되면서 어떤 업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대구은행 측은 4월부터 6월말까지 3개월 간 박 전 행장에게 5000만원 안팎의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은행 측에 따르면 “박 전 행장이 은행장직은 사퇴했지만 등기이사직은 법적으로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급여를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며 “급여 기본급의 80%에 해당되는 보수를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지역 시민사회는 일제히 비난을 가하고 있다. 특히 대구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대구은행 부패청산 시민대책위원회’는 5일 성명서를 통해 “여러가지 범죄로 대구은행과 지역사회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손해를 입힌 사람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퇴직하고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사람의 신분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기본급에 성과금까지 지급한 이사회의 결정은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이를 버젓이 받아 챙긴 박 전 회장의 몰염치도 가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전 회장의 전횡을 견제하기는커녕 범죄를 방치한 이사들이 사법적 징벌과 사회적 비난이 거센 와중에도 최소한의 반성이나 책임도 없이 이런 행위를 한 것은 이들의 윤리의식이 마비되어있다”며 “이들이 대구은행 이사로 남아 있는 것은 대구은행의 명예 회복과 경영 혁신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며 이사진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박 전 회장에게 부당하게 지급된 2억원을 즉시 회수하고, 박 전 회장 재판결과에 따라서는 불법 비자금 20억원에 대해서도 구상권 청구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지난 4일 대구지법 제11형사부(손현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행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박인규(64) 전 DGB 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대구은행 최고 인사권자로서 투명하게 인사채용 업무를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데도 권한을 남용해 부당한 지시를 했다”며 “억울하게 채용에서 탈락한 이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박 전 은행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1일 오전 9시 30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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