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특별사절단 단장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5일 오후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 대북특사단의 지난 5일 방북을 계기로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비핵화 소통이 다시 훈풍이 불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사단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핵화 의지를 공고히 하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환영하며 화답했기 때문. 아울러 문 대통령도 "올해 말까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도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면서 남북미 세 정상은 비핵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은 "트럼프 임기 내 '완전한 비핵화' 할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일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20년 말까지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겠다고 비핵화 완료 시점을 처음으로 밝히며 의지를 피력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특사단과 함께 지난 5일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과 1시간 40분가량 면담했다. 정 실장은 이날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70년간의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특사단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정 실장이 전했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20년 12월까지는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라며 “(신고와 검증을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를 마치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 실현 희망'이라는 구체적 시간표를 처음 언급한 것은 미국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어가 결실을 얻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진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뭔가 일이 일어날 것"

김 위원장의 이같은 의지를 두고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잘 됐다"라며 "뭔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몬태나주 빌링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 연설을 통해 김 위원장을 언급하며 "김정은이 나에 대해 훌륭한 얘기들을 했다고 들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한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방금 전에 그들(한국 대북특사단)은 그(김정은 위원장)가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 북한을 비핵화하길 원한다'고 강력하게 말했다고 주장했다"면서 "한편으로는 그(김 위원장)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인질들을 돌려받았다"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좋은 감정을 갖고 있고, 그는 나를 좋아하고 나도 그를 좋아한다"며 "나는 그(김 위원장)를 존중(respect)하고 그도 나를 존중한다"고 평가했다.

◆文 대통령 "올해 말까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도 낼 것"

문재인 대통령이 연내에 종전선언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치며 비핵화 추진에 적극 발 벗고 나선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인도네시아 언론인 ‘꼼빠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올해 말까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도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관련국 간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 신뢰 구축의 실질적 단계로서 종전 65주년인 올해 한반도에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하는 종전선언이 이루어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특사단으로부터 북한의 적극적인 태도를 확인하고, 이 기세를 몰아 종전선언을 마무리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대북특사단이 전해온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금 전 세계에 천명해 교착 상태였던 북미 비핵화 협상에 훈풍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文 대통령, '중재자' 역할 잘 해낼까

다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같이 비장한 각오를 드러낸 것에 대해,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도 보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특사단에게 “북한의 선제적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이뤄진다면 비핵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계속 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을 ‘선제적이며 선의의 조치’라고 스스로 규정하면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채택해야 비핵화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아직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둔 북미 간 줄다리기가 끝나지 않은 것.

결국 종전선언을 마무리하는 열쇠는 ‘중재자’임을 자임해 온 문 대통령에게 쥐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한미정상통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협상가(chief negotiator)가 돼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때문에 오는 18일 개최될 예정인 평양 남북정상회담 역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첫째도, 둘째도, 북핵, 완전한 비핵화 를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에서 성과를 끌어내야 한다”며 “이번에도 옥류관 냉면만 드시고 돌아서는 회담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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