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성유화 기자]김기영·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0일 열렸다. 국회는 오늘 청문회를 시작으로 오는 19일까지 최대 12명의 청문회를 잇따라 진행한다. 이번 청문회는 정부와 헌법재판소 등 주요 헌법기관의 대규모 인적변화가 이뤄지는 만큼 여야 간 '인사 공방'이 뜨거웠으며, 앞으로 진행될 청문회 역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석태 후보자 '정치적 중립' 쟁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10일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이 주요 쟁점이 됐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후보자가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 출신인데,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 현재 대통령이다."라며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정권의 뜻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 후보자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이자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음과 동시에 노무현정부에서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을 역임했기 때문.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도 "이 후보자는 변호사 시절 민변 회장,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고 설명하며,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 문재인 정부는 '참여연대 정부'라고 불릴 정도"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한국당의 우려에 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다양한 견해를 가진 분이 재판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와대 비서관, 민변 회장 등으로 활동해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춘석 의원은 "이 후보자가 노무현정부 비서관을 한 것은 15년 전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15년 전 경력을 이명박 정부 시절 민정수석에서 곧바로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을 받은 정동기 후보자와 등치시키는 건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종민 의원 역시 "과거 정부내에서 특정 업무에 종사했거나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고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고 공격해서는 안된다"며 "권위주의 시대에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억압됐을 때 헌법 정신을 뒷받침하는 활동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여야의 공방에 이 후보자는 "우려는 있을 수 있지만 우려가 기우로 끝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사정을 잘 아는 만큼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영 후보자 위장전입·정치 성향 쟁점
같은 날 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배우자·자녀 등 가족의 3차례 위장전입과 배우자가 모친 회사에 위장 취업한 의혹 등 도덕성 검증과 김 후보자의 정치 성향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됐다.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는 상습적으로 위장전입을 했고 배우자는 부모님이 경영하는 회사에 이사로 등재돼 5년간 3억4500만원을 받는 등 위장 취업 의혹이 제기됐다"며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청문 제도상 낙마 기준에 해당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이만희 의원은 "후보자가 2003년 배우자 명의로 산 경기 일산 소재 아파트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다"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제가 몰랐던 부분도 있고 아내가 한 부분도 있지만, 잘 살피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점은 매우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이런 사실을)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며 알게 됐다"며 "첫째와 둘째 자녀의 사립학교 입학을 위해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김 후보자의 정치 성향에 대해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들 모두가 정치적 견해, 성향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사안에 따라 모든 국민들이 기계적 보수, 진보로 나누기는 하지만 재판관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정치적 견해, 성향을 가지는 법관이 헌법,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심판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적 견해, 성향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라며 설명했다.
이에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정치 성향을 물으면서 "판사와 달리 헌법재판관은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결과에 상당히 많이 반영되는 결과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같은 당 민경욱 의원 역시 "정권의 영향을 받는 특정 인사와 이념이 있는 이는 (헌법재판관은)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사청문특위는 청문회 시작 당일에야 첫 전체회의를 열고 김동철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을 비롯해 여야 간사 선임 안건을 의결하고, 인사청문 실시계획서를 채택해 시간이 지체됐다.
이는 여야 원내지도부 간 합의가 늦어진 데 따른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에 증인·참고인 소환은 아예 하지도 못하고 오전에야 정식으로 자료 제출 요구를 하는 등 국회가 촉박한 일정에 쫓겨 부실하고 무리하게 청문회를 진행했다는 비판이 내부적으로도 제기됐다.
국회는 내일(11일)은 이은애·이영진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모레(12일)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잇따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