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의무화…보험업계 “인력 감축 불가피”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업계의 전속 설계사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법인보험대리점(GA)의 높은 판매수수료로 인해 GA로의 이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가 시행될 시 전속설계사 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업계 전속설계사 숫자는 10만2938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4000명 이상 줄었다. 전년 같은 기간(11만1926명)과 비교하면 1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업계에선 올해 안에 10만명 선도 곧 무너질 것으로 관측한다.

보험사별로 보면 대부분 생보사의 전속 설계사가 크게 줄었다. 현대라이프생명 전속 설계사가 전년 상반기보다 1497명 감소하며 업계에서 전속 설계사 감소 규모가 가장 컸다. 이 외에도 KDB생명 1377명, 한화생명 1347명, 신한생명 1109명 순으로 전속 설계사 숫자가 크게 줄었다.

삼성, 한화, 교보 등 빅3 생보사도 전속 설계사가 줄어드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삼성생명은 전년 상반기 대비 434명, 한화생명 1347명, 교보생명 566명 등 빅3 생보사에서만 총 2347명 감소했다.

보험의 ‘꽃’이라고 불리던 전속 설계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보험업계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업계의 불황과 동시에 판매 수수료가 높고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GA로 이직하는 설계사가 많아지면서 전속 설계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인공지능(AI) 설계사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전화나 인터넷 등 비대면 채널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전속 설계사의 역할이 축소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같은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더 많은 판매 수수료를 올리는 GA 소속 설계사에 비해 전속 설계사의 이점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면서 “보험사에서도 전속 설계사에게 예전만큼 신경을 써주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전속에서 GA로 넘어가는 전속 설계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정부가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의결하면서 보험 설계사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보장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지난해부터 논의가 시작된 내용이다. 현재 설계사들은 특정 회사에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어 4대 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택배기사나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등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정부는 특수고용직도 내년부터 고용보험을 적용키로 결정했다.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적용은 당장 내년부터 시작된다.

정부의 방침에 보험업계는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업계는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2017년 산재보험 등록기준에 따르면 특수고용직은 총 47만9292명으로 이 중 보험설계사는 34만2883명(생보사설계사11만4409명·손보사설계사22만8474명)이다. 전체 특수고용직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고용보험 의무화로 보험업계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는 연간 435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또 다른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사들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이 이뤄지면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비용부담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는 설계사들의 인원 감축으로 이어져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과 역행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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