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질병 검역·현장 예방 헛점 여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게이트 두바이발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이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에게 온도 체크 등 검사를 받고 있다./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 앞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발생과 관련해 초기 대응이 잘됐다고 평가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2015년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 3년 만에 국내에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질병 확산 우려가 고개를 들었지만, 현재까진 추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메르스 잠복기(2~14일)를 고려하면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를 염두해 초기 대응 노력을 치하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도 일부 문제점은 드러났다. 첫 감염자가 아무런 제지 없이 인천공항 검역을 통과해 삼성서울병원까지 이동해서다.

쿠웨이트 사업지를 방문했던 서본건설의 임원 A씨(남, 61세)는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6일까지 쿠웨이트에 체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이미 현지에서부터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여왔고 병원까지 다녀왔다. 이후 입국해서도 설사 등 메르스 증세를 호소했지만, 인천공항 검역담당자들은 체온 정상을 이유로 그를 통과시켰다. 입국 당시 휠체어를 이용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지만, 별다른 제지 없이 검역대를 통과한 것. 결국 A씨는 택시를 타고 개별적으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했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조치를 받았다.

만약 A씨가 2015년 당시 첫 메르스 환자처럼 일반 병원을 찾았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것이다.

즉 메르스와 같은 해외 감염병을 차단해야 할 첫 관문인 인천공항이 맥없이 뚫린 것은 지탄받을 부분이다.

또 중동에 대거 진출해 있는 건설사의 경우 메르스 감염 예방책과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실제 가동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르스 확진을 받은 A씨의 소속인 서본건설은 쿠웨이트에 진출한 대형 건설사의 협력사다. 현지에만 30여명의 직원을 파견할 정도. 메르스 위험에 항시 노출된 만큼 예방을 위한 대응 매뉴얼이 요구된다. 이번에 확진을 받은 A씨가 현지에서 메르스 증세를 보였다면 이는 즉각 보고가 이뤄졌어야 했다. 건설사들은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직원들에게 예방수칙과 대응수칙을 전달하고 의심 환자 발생 시 즉시 회사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질병관리 매뉴얼이 작동했다면 A씨가 아무런 격리 조치 없이 항공기를 타고 국내로 들어와 병원까지 개별 이동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한편 주쿠웨이트 한국대사관은 쿠웨이트 건설현장을 면밀히 추적 조사 중이다. 다행히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이던 서본건설 직원 2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와 직간접 접촉한 10여명 역시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생활 격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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