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07.16./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11일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말싸움을 벌였다. 박 의원은 이를 "참다 참다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설전에 대해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서로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고 평가하는 한편,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이번 논란은 청문회 중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대한 질의 진행되던 과정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제지했고, 이를 박 의원이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질의에 여 위원장이 반박한 것이 불씨가 됐다. 조 의원이 이 후보자에게 ‘사법농단 의혹 수사와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 기각이 많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여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사법부에 압력을 넣고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여 의원은 "이미 진행된 재판 결과를 놓고 당·부당을 국회에서 의논하는 것은 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의 의사진행 발언 신청을 거부했다.

이에 박 의원은 “국회의원의 발언을 너무 제한하려고 한다”며 “아무리 사법부라 하더라도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개인 의견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반박했고, 여 의원은 박 의원에게 "사법부의 결정에 대해서는 불복 절차를 따르면 될 것 아닌가"라고 불쾌감을 드러내며 반문했다.

여 의원의 이같은 반문에 박 의원은 "위원장이 사회만 보면 되지, 무슨 당신 판사냐”며 언성을 높였고, 이어 여 위원장은 "당신이? 뭐하는 거야, 지금! 당신이라니"라고 받아쳐 박 의원은 "당신이지, 그럼 우리 형님이야?"라고 거친 설전을 벌였다.

여 위원장은 “정말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말이야"며 불쾌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날 여 의원과 박 의원의 말싸움이 논란이 되자 박 의원은 "국회라고 하는 곳은 사법부를 간섭하고 재판에 영향을 미쳐서도 안 되지만 그러한 문제가 있는 것에 대해선 당연히 지적하고 질문하고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화와정의의 의원모임 박지원 법사위 간사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7.18./사진=뉴시스

박 의원은 12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새아침'에서 “여상규 위원장은 판사 출신으로 물론 사법부 친정 보호가 중요할 거다. 그렇지만 위원장이 그렇게 사회를 보면 안 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박 의원은 “저도 참다 참다 한 것”이라며 “어제도 그제도 계속 그랬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의원은 “제가 여상규 위원장을 비난하고 옹호하고가 아니라, 국회에서 그런 것은 당연히 지적돼야 하고 또 그렇게 발언을 요구하면 위원장을 주면 되는 거다”라며 “그러나 지나치게 무슨 개인을 공격한다거나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면 위원장으로서 제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어떻게 됐든 국회에서 그런 고성이 오고 가고 한 것은, 특히 헌법재판관 청문회장에서 있던 것은 옳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의원은 덧붙여 “그렇지만 위원장이 좀 잘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반면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두 사람의 설전에 서로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의원이 여 의원에게 ‘당신이 판사야?’ 한 것은, 판사 출신으로서 사법부를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주장을 한 것”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이 최고위원은 “여 의원 입장에선 청문회 대상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청문회 본질과 관계없는 것을 물어본다는 생각 때문에 격해진 것이다”라며 “합의된, 약간 프로레슬링 같은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두 의원의 설전에 대해 네티즌들은 ‘누가 옳은가’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pks4**** 박지원이 맞는 말했네"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rapt**** 박지원. 이제 그만하고 물러나라. 질린다", “ieng**** "박지원 퇴출됐으면 좋겠다”고 박 의원에 대해 원색적인 비판을 하기도 했다.

1942년생인 박 의원과 1948년생의 여 의원의 6살 나이차를 두고 여 의원을 비판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lse5**** 여상규 의원이 박지원 의원보다 어린데 ○○○가 없네. 나이 어린 놈이 반말하면 좋겠나”, “dica**** 박지원 의원이 당신(여상규 의원)보다 6살이나 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여상규 의원은 판사 출신으로 1993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판사 시절 ‘진도 가족 간첩단 사건’ 1심을 맡았는데, 이 사건은 대표적인 간첩 조작 사건으로 재심을 거쳐 2009년 당시 사형, 징역 등 실형을 받았던 이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이와 관련해 여상규 의원과 전화 통화에서 ‘당시 1심 판결로 1명의 삶이 망가졌다. 책임을 못 느끼느냐’고 묻자 여상규 의원은 “뭐요? 웃기고 앉아있네. 이 양반 정말”이라면서 전화를 끊어 시청자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