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보험사 “인력·비용 문제로 시스템 구축 어려움” 호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보험회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보험업계가 오는 2021년 도입 예정인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형사를 포함한 주요 보험사는 변화될 기준에 맞춰 준비를 이어가고 있지만 중소형 보험사들은 자체계획 지연과 외부 계리, 회계 전문 인력 부족, 비용문제 등으로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FRS17은 부채의 시가 평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보험 국제회계기준이다. 보험계약 건별로 수많은 가정을 전제해 현금흐름을 계산한다. 이를 회계에 반영하기 위해선 전 사업부문 막대한 정보를 처리할 통합 전산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대형 보험사는 각각 회계법인 혹은 컨설팅 업체와 계약을 맺고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으며 중소 보험사는 보험개발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당초 예정대로 IFRS17이 2021년부터 시행되기 위해선 2020년 전에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빅3 생보사를 비롯한 대형 보험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며 시스템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반면 중소형 보험사들은 인력과 비용 문제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통합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계리와 회계 모두 능통한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런 인재가 내부에 없다. 외부 인력은 이미 대형사에 투입됐다.

시스템 구축 비용도 큰 부담이다. 업계는 시스템 개발을 위해 각 사별로 최소 100억원에서 많게는 300억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 대형사를 제외한 70%가량이 회계법인 컨설팅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으로는 중소형사가 IFRS17 도입 전까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보험사들도 준비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네덜란드 등 유럽 보험사는 IFRS17의 2021년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계 보험사들도 도입 시기를 최소한 1년 늦추어야 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당국도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당국은 보험회사의 시스템 구축 진행 상황에 대한 점검·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이달부터 준비가 부족한 보험사는 행정지도를 통해 구체적 구축방안을 마련하도록 유도하고, 진행 상황도 매월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시스템 구축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감지되는 경우 양해각서 체결 등으로 해당 회사에 비상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보험계리사회를 중심으로 단계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양질의 IFRS17 전문가가 지속 배출하고, 보험계리사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시험제도를 변경해 합격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도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IFRS17 시스템 구축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회계법인이나 컨설팅회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해진 시기에 최대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도록 금융당국도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