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유수정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을 10일여 남기고 있는 지금, 생활용품 및 가공·저장식품 등을 제조·유통하는 업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명절 선물세트’ 막판 판매에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실제 이들에게 있어 매년 명절이 매출 증가의 최대 성수기로 일컬어지는 이유에서다.
기자의 주변에서도 “스팸(햄 통조림)이나 참치 같은 건 명절 때 들어오는 걸로 1년 동안 먹는 것 아니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릴 정도로 샴푸 등의 생활용품과 통조림 등의 가공·저장식품류가 대표적인 명절 선물로 손꼽히는 게 현실인 상황.
그러나 그 이면에는 내부 직원에 대한 강매가 존재했다는 것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안타까움을 자아낸 실정이다.
사실상 명절 선물세트를 내놓는 업체들이 자사 직원들에게 떠넘기기 식의 밀어내기 판매 강요를 해 온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었다.
‘임직원 특가’라는 명목 하에 약간의 할인(혜택)을 제시한 뒤 내부 직원에게 판매를 종용해 왔던 행동이 이들 업계에서는 어느 하나 빠질 곳 없이 관행적으로 이어져왔다는 것은 한 다리만 건너도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갑질’이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명절 상여금과 인센티브, 심지어는 인사평가 등을 볼모로 놓고 독려 차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실상의 강매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사조그룹의 강매 논란으로 시작된 이 같은 ‘갑질’은 지금 와서야 드러난 것일 뿐이다. 결코 단발적인 해프닝이었다며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기자의 예측일 컨대 아마 앞으로는 선물세트 강매에 있어 더욱 교묘한 수법이 총 동원되지 않을까 싶다. 그 대상 역시 본사 임직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계열사와 협력사, 하청업체 직원들까지도 확장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실제 기자가 전해들은 것 만하더라도 벌써부터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내 식품 제조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기자의 지인은 “실질적으로 내가 근무하는 회사도 아닌 곳에서 생산하는 명절 선물세트의 판매를 강요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공식적인 할당량을 준 것은 아니지만, 하나라도 팔지 못하면 은연중으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니 결국 직원들이 자기 주머니를 터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볼멘소리를 매 명절 마다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음료기업을 협력사로 두고 있는 곳에서 근무하는 기자의 또 다른 지인 역시 “본사 측에서 아무런 언급도 없이 선물세트 판매 팸플릿(pamphlet)을 매년 발송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매년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명절 선물은 본사에서 생산·유통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조그룹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도 다수의 기업들은 ‘우리가 안 걸렸으니 된 것’이라는 마인드로 계속해서 판매를 권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나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명절 상품’을 내놓는 분위기 속, 강매 대상은 더욱 확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많은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내부고객인 직원을 먼저 만족시켜야 한다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월급을 받는 직원들이 회사의 이윤 창출에 무조건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