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가 2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고향 갈 기대감 보다는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치솟은 물가 걱정이 앞선다. 올해 제삿상은 또 어찌 차릴지 걱정하는 어머니의 한숨이 깊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고물가 현상에 정부의 처방 알약은 도통 약발이 들지 않는 모양새다. 그만큼 부담도 커졌다. 기름값은 10주 연속 고공행진 중이고 대다수의 제수용품이 일제히 오르면서 명절을 준비하는 가계 부담이 그 어느 해 보다 높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부터 추석 성수품을 예년보다 1주일 앞당겨 이번주부터 공급하기로 했다. 농산물의 공급을 평균 1.4배 늘리고, 명태·오징어·갈치·조기 등 해산물도 방출규모를 확대했다. 아울러 오는 21일까지 배와 무, 사과 등 10대 성수품의 공급량을 평상시의 1.4배로 늘려 가격 안정에 나설 방침이지만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추석 상차림 비용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전통시장을 이용 하면 23만2,000원, 대형마트는 32만9,000원이 들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각각 작년보다 6.9%와 4.9% 오른 셈이다.

기록적 폭염에 배추와 무는 20~30% 이상 올랐고 쌀도 30% 이상, 시금치는 무려 100% 이상 뛰었다. 상추도 금추가 된지 오래다. 삼겹살 전문 가게에서 상추 리필은 눈치가 보일 정도다. 

채소뿐만 아니라 사과나 복숭아 같은 과일도 비바람에 떨어져 출하물량이 줄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여기에 폭염으로 가축폐사가 속출하면서 축산물 가격도 예년에 비해 크게 올랐다. 

사정이 이러니 올해는 추석 차례상을 간소하게 차리겠다는 집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같은 물가 상승에는 조상들도 이해하지 않겠느냐는 것. 

기자 집 역시 올해 차례상은 간소하게 차릴 예정이다. 그러나 아무리 축소하고자 한들 기본적으로 올라가야 하는 제수용품 자체가 비싸졌기 때문에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은 클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 물가까지 불안해지면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 역시 추락할 수밖에 없다. 늘 내놓던 대책 마련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민들이 느끼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선제적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서민 물가 안정이야말로 진정한 민생 돌보기 위한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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