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최혜진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의 기술탈취를 막기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실행하고 있지만, 중소기업계가 체감하는 대기업의 기술탈취 가능성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대·중소기업간 기술탈취 실태 및 정책 체감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한 달간 조사대상 501곳 중 17곳(3.4%)이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자료를 요구받았다고 응답했다.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업종은 ▲기계·설비(8.6%) ▲자동차(5.5%) ▲전기·전자(3.6%) 등이었다.

기술자료를 요구받은 시점은 계약체결 전 단계가 64.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계약 기간 중(29.4%), 계약체결 시점(5.9%) 순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기술자료를 요구받아 제공한 중소기업 13곳 중 7곳(53.8%)은 대기업으로부터 서면을 받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서면을 발급받았으나 협의가 아닌 대기업 주도로 작성된 서면을 받았다는 응답도 3곳(23.1%)이나 됐다.

중기중앙회는 “(서면을 받지 못했거나 대기업 위주로 서면이 작성될 경우) 향후 기술자료를 제공했던 업체들이 분쟁에 휘말리면 피해 사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거래 계약 전 기술자료를 넘기고도 실제 계약은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는 2억원을 투입해 부품과 설비를 제작했고 납품 제안 단계에서 거래처가 설계자료, 도면, 특허 자료 등 일체를 요구해 제출했다. 그러나 기술자료를 다 넘기도도 결국 제품 양산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이 업체는 “거래처에서 우리 기술자료를 다른 협력업체로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대기업이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하는 이유(501개사 복수응답)로는 주로 ▲불량(하자) 원인 파악(51.9%) ▲기술력 검증(45.9%) 등을 주로 언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납품단가 인하에 활용(24.6%)하거나 ▲다른 업체에 기술자료를 제공해 공급체 다변화(11.2%)하려는 것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이 밖에 중소기업들은 정부가 범부처 합동으로 지난 2월 발표한 ‘기술탈취 근절대책’에 대해 대체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 대책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41.9%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13.8%)보다 3배가량 많았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 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대책으로는 과징금 상향 및 징벌적 손해배상 등 처벌강화(44.7%), 기술탈취 행위 범위 확대(22.8%), 기술임치·특허공제 지원제도 활성화(14.6%), 집중감시업종 선정 및 직권조사 실시(10.2%)를 꼽았다.

이재원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정부가 (기술탈취 근절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들도 정부 대책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대기업이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하면 사실상 거절이 어려워 합법적으로 서면을 발급해 권리관계를 분명히 하고 중소기업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기술거래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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