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눈치 보는 보험사…피해는 소비자 몫

경제부 고병훈 기자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독립법인보험대리점(GA)의 급성장으로 올 상반기 생명보험업계의 전속 설계사 숫자가 크게 감소했다는 통계가 최근 발표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업계 전속설계사 숫자는 10만2938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4000명 이상 줄었다. 전년 같은 기간(11만1926명)과 비교하면 1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업계에선 올해 안에 10만명 선도 곧 무너질 것으로 관측한다.

GA의 높은 판매수수료로 인해 GA로의 이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같은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더 많은 판매 수수료를 올리는 GA 소속 설계사가 시장 점령에 나선 것이다. GA는 특정 보험사 상품만 팔아야 하는 전속 설계사와 달리 여러 회사 상품을 동시에 취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GA를 통해 들어온 신규 보험 모집 실적은 38조3853억 원으로 전체의 보험 실적의 49.4%를 차지했다. 2012년 30.6%였던 GA의 점유율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5년 만에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보험상품 10건 중 5건은 GA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GA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 보험시장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보험시장 환경도 크게 변하고 있다. GA의 영향력이 커지자 보험사들은 GA의 눈치를 보며 자사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높은 수수료를 제시한다.

한 중형 보험사는 자사 상품 판매 시 GA에 지급하는 시책을 고객이 납입하는 월 보험료의 600%까지 올려 당국의 감사를 받기도 했다. 시책이란 보험사가 법인대리점(GA)에 속한 보험설계사에게 주는 일종의 영업수당이다. 보험상품 판매를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계약을 성사시키면 수수료 외에 별도 비용을 지급한다.

이 시책에 대해 당국은 통상 200∼300%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들어 GA를 통한 시책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며 500~600%에 육박하는 시책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판매에서 GA채널을 통한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일부 보험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시책을 지급하면서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GA가 낮은 시책을 이유로 우리 회사 상품을 팔아주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다”면서 “현 시장 상황에서는 GA에게 높은 수당을 지급해서라도 상품 판매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보험사들은 시책 경쟁이 ‘제 살 깎아먹기’라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달 과도한 수수료 지급에 대해 엄중 경고를 내리고 현장 검사를 단행했지만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어려운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GA와 보험사 간 경쟁의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가 GA에 제공하는 수수료는 가입자의 보험료에서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책 경쟁은 불완전판매를 증가시키고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당국이 나서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책정한 수수료를 규제할 만한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밝혔다.

몸집을 불린 GA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당 경쟁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나아가 보험 시장 전체의 판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 무의미한 경쟁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일 것이다.

보험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 경쟁이라 말하지만 경쟁을 과열시킨 것은 결국 보험사들이다. 경쟁이 지금보다 더 과열되지 않도록 스스로 자제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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