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중심으로 ‘9월 위기설’ 확산…경제지표도 악화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아르헨티나, 터키 등에서 시작된 경제 불안이 여러 신흥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달 하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고돼 ‘9월 금융위기 설’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풀었던 자금 회수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양적완화로 경제를 지탱해 온 신흥국들은 이 ‘빚’이 결국 위기를 몰고 오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이 외환위기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오는 25∼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달 회의에서 FOMC 위원들은 “향후 경제지표가 전망치에 부합한다면, 곧 추가적인 조처를 하는 게 적절하다”며 9월 인상을 예고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2.00∼2.25%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을 초래하고 이는 신흥시장 외자 유출과 외화 부채 상환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악순환이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상당수 신흥국에서는 주가와 통화 가치 급락세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각종 경제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나빠지거나 오히려 그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신흥국의 경제 성장률을 4.9%, 내년 5.1%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2007년(8.5%)은 물론이고 2008년(5.7%) 성장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 것이다.

IMF에 따르면 올해 전체 신흥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는 0.07%로 2015년(0.20%), 2016년(0.31%), 2017년(0.08%)에 이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7년 3.7%보다 크게 악화된 수준이다. 2분기 기준 각국 GDP 대비 경상수지는 한국이 4.54%, 말레이시아는 3.26%로 탄탄한 편이나 취약국으로 지목되는 터키, 아르헨티나는 각각 -6.52%, -5.17%에 달한다.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진 빚더미는 신흥국 경제에는 직접적인 부담을 주는 요소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63조 달러로 2007년 21조 달러의 3배로 불어났다. GDP에 대한 부채 비율도 145%에서 210%로 급등했다.

이 기간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부채가 146조 달러에서 174조 달러로 19% 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빠른 속도로 증가한 셈이다.

신흥국과 선진국을 통틀어 세계 부채는 올해 1분기 기준 247조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세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318%에 달했다.

부채 중에서도 외채, 특히 최근 강세를 보이는 달러 표시 채권이 많다는 것은 신흥국의 위기를 촉발할 뇌관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말 신흥국 외화 부채 규모는 8조3000억 달러다.

신흥국들에 해마다 1조5000억달러 이상의 부채가 만기 도래하지만, 이중엔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모두 적자인 ‘쌍둥이 적자’를 보이는 불안한 신흥국들이 상당수다. 터키와 아르헨티나, 파키스탄은 GDP 대비 재정수지·경상수지 적자가 10% 안팎이며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남아공, 우크라이나는 5% 이상이다.

사티아짓 다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이런 수치를 교과서적으로 보면 신흥시장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터키와 아르헨티나가 특별한 사례일지 모르지만, 펀더멘털 문제로 봤을 때 다른 신흥시장도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위험자산인 신흥국 자산에 대한 시장 심리도 악화됐다. 신흥국 자산가치 자체는 기존 위기 때보다 낮아지지는 않았으나 약세가 계속된 기간(고점부터 저점까지 걸린 기간)은 그보다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신흥시장에서 주가는 222일, 통화는 155일, 외화 채권은 240일간 약세를 보였다.

이는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때(주가 155일, 통화 70일, 외화 채권 62일)나 2013년 테이퍼 탠트럼(172일, 111일, 47일) 때보다 훨씬 긴 것이다.

토니 한 블랙프라이어 자산운용 머니 매니저는 “상황을 거슬러 봐야 돈을 번다는 게 투자 전문가들의 조언이기는 하지만, 이런 시장에서 매수에 나서려면 정말로 용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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