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행원 중 유일한 금융권 인사…남북경협 ‘주도적 역할’ 담당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특별수행원으로 발탁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책금융기관 대표인 이 회장은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을 따라 방북했다.

이 회장이 방북 수행원 명단에 포함되면서 향후 남북경협 사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될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게 됐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현 정부와 국정운영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로 꼽히는 데다, 평소 남북경협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올 가을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때 평양에 가보고 싶다”고 직접 언급을 한데 이어 지난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특별수행원에 포함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이달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선양(瀋陽)·단둥(丹東) 지역을 다녀왔다”며 “단둥에서 신의주를 보니 감회가 새로웠고 (북한에) 발전의 여지, 포텐셜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산업은행은 과거 우리나라의 개발금융을 위해 설립됐던 기관이고, 현재도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북한판 개발금융’ 구상을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 방북을 통해 현지 분위기를 눈으로 확인하고 남북경협에 대한 정책금융 차원의 실무적 준비 또한 본격화 할 방침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철도, 전력, 도로 등 북한의 사회간접자본을 놓고 구체적 금융 지원 규모나 방식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4년 금융위원회가 발간한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역할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철도와 도로,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개발 비용은 약 1400억 달러(약 150조 원)로 추산된다. 이러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산은 주도의 기금 조성이 필수적이다.

이 회장의 이번 방북으로 금융 분야에서 남북경협은 산업은행이 사실상 주도하는 모양새가 됐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대북 제재 해제로 경협이 본격화할 경우 개성공단 재가동과 2단계 개성공단 조성에서 시작해 북한의 인프라 건설 등으로 금융 지원이 확대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이 회장은 남북 경협을 두고 “크고 넓고 위험해 한두 개 금융기관이 할 수 없고, 그러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다”면서 “산업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일반 기업, 외국 기관과 국제 금융그룹까지 남북 경협에 힘을 합쳐야 효과를 내고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남북경협을 위한 금융 지원을 특정 기관이 독점적으로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취지다. 또한 이를 위해 국내외 여러 기관이 참여하는 공동기금 등의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남북경협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이 회장과 산업은행의 책임이 막중해졌다”며 “그간 개인적인 기대감을 서슴없이 표현해 온 이 회장인 만큼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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