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삼성전기·삼성화재, 삼성물산 지분 전량 매각
금산분리 해결 난제…추가 지배구조 개편 등 ‘촉각’

사진=고은별 기자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삼성그룹이 정부의 요구에 부응해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었다. 앞서 삼성은 지난 4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2.11%)을 매각한 데 이어 삼성전기·삼성화재가 각각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지분도 전량 처분했다. 현재 삼성에는 ‘생명→전자’로 이어지는 금산분리 해결이 숙제로 남아 있는 가운데, 향후 삼성이 추가로 내놓을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금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삼성화재는 전날(20일) 장 마감 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자사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각각 500만주(2.61%), 261만7297주(1.37%)를 전량 처분했다. 처분금액은 각각 6100억원, 3293억원이다. 삼성전기는 ‘투자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 삼성화재는 ‘자산운용 수익성 제고’를 처분목적으로 제시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물산-전자-전기-물산’, ‘물산-생명-전자-전기-물산’, ‘물산-생명-화재-전자-전기-물산’, ‘물산-생명-화재-전기’ 4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끊어졌다. 이로써 지난 4월 삼성SDI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매각한 이후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 7개가 모두 해소됐다.

삼성이 당초 공정위에 연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겠다는 계획을 전한 만큼 이번 지분 매각은 예고된 사항이다. 순환출자란 계열사 관계인 A기업이 B기업에 출자하고, B기업은 C기업에, C기업은 A기업에 다시 출자하는 형태의 지배구조를 의미한다. 공정위는 이런 순환출자에 대해 “오너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대해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해소하라고 압박해왔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지배회사 위치에 있다. 일각에서는 각 계열사의 삼성물산 지분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 넘기는 시나리오도 예상했으나, 삼성은 시장에 내다 파는 정공법을 택했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해소됐지만, 삼성의 지배구조에는 금산분리라는 숙제가 남았다.

앞서 삼성은 삼성생명·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1조3800여억원 규모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대한 법률’에 선제 대응한 바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금융사는 비금융사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다. 지난 6월 기준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7.92%다. 지분율은 줄였지만 여전히 금산분리를 강조하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삼성은 완전한 금산분리를 위한 해법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투자업계에서는 삼성이 정부의 요구에 부응해 조만간 금산분리 문제도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산분리 문제의 핵심은 삼성생명이 전자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고, 여기서 지배란 최대주주 중 최대출자자임을 뜻한다”며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 등을 활용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전자 지분 1.7% 이상을 매입한 후 전자의 최대주주로 등극할 가능성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은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보유 자회사의 지분가치가 자산총액의 50%를 넘을 경우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되는 공정거래법 규정 때문이다. 현재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4.65%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2%가량만 더 사들여도 자회사의 지분가치는 삼성물산 자산총액(약 49조원)의 절반을 넘게 된다. 강제 지주사 전환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 만약 비금융회사인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약 46조원을 투입, 자회사로 편입될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현행법상 2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는 삼성물산의 보유 자회사 지분 중 가장 큰 규모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43.4%, 약 15조원)을 매각해도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은 연구원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소유가 금지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대주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을 매각해야 하는 이슈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최소 지분(20%) 확보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금융부문(삼성생명)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되는 것이 유력하다”며 “이 과정에서 현금유입, 가치부각 등 다양한 기회요인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재계 관계자는 “추가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아직 어느 해법도 장담할 수는 없다”며 “삼성이 자발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엔 굉장히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시일 내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효과적인 전환 방안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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