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주담대 금리 5% 돌파 가능성…당국도 부동산 대출 압박 나서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한동안 주춤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미국의 금리인상에 맞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정책 규제까지 더해져 주택담보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1일 주요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5년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는 0.1∼0.12%포인트 오른 4% 중반으로 형성됐다.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를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요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경우 1일 기준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47∼4.67%로, 3주 전보다 0.11%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범위는 지난달 10일부터 26일까지 연중 최저인 3.36∼4.56%에 머무르다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결정을 기점으로 뛰어올랐다.

신한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44∼4.55%로, 3주 전(3.33∼4.44%)보다 0.11%포인트 상승했다. NH농협은행은 3.13∼4.47%로 역시 같은 기간 0.12%포인트 올랐다.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최고 모두 3주 전 대비 0.12%포인트 오른 3.40∼4.40%였다.

KEB하나은행의 가이드금리는 0.097%포인트 오른 3.136∼4.336%였다. 가산금리는 변동이 없었지만,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가이드금리가 올랐다. 시중은행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 들어 한때 5%를 넘나들었지만, 그간 시장금리 하락 영향으로 최근 4% 초반까지 빠졌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듯싶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증가세를 탄 것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세 번째 금리 인상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상 기대가 반영되면서 주요 시중은행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4.72%까지 올랐다. 여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고 시장금리는 인상 결정을 전후해 오르기 때문에 연내 5% 도달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전방위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Debt Service Ratio) 규제 강화 방침도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높일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0일부터 보험회사에 DSR 규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상호금융회사에 이어 이달부터는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에도 DSR 규제를 도입한다.

DSR는 가계대출 심사에서 대출자의 종합적인 부채상환 능력을 반영하는 규제다. 이달 중순부터 은행은 DSR가 관리지표로 강제된다. DSR 70∼80%는 ‘위험대출’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고(高) DSR 대출은 전체 대출의 일정 비율(가령 5∼10%)을 넘어선 안 된다.

올해 초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 ratio)을 강화한 신(新) DTI가 도입되고, ‘9·13 대책’으로 집값 급등 지역의 고가·다주택자에 대해 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ratio)을 0%로 낮춘 데 이은 조치다.

신 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만 부채로 인식하던 것에 그치지 않고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금까지 부채로 잡는다. LTV 60%를 넘는 주택담보대출은 ‘고 LTV’로 규정돼 35∼50%이던 위험가중치가 70%로 최대 2배가 된다.

당국은 올해 대출규제를 연거푸 강화하는 데 이어 자본규제를 통해 부동산시장으로 흐르는 돈줄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가계부채를 억누르는 당국의 정책과 미국의 금리인상이 촉발한 이자부담 가중 등이 맞물려 부동산 관련 대출은 압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로소득’을 유발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고 돈이 생산적 분야로 흐르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라며 “대출규제와 자본규제 강화를 차질 없이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연준이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공언한 상황에서 한국은행도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인상과 정부의 규제 정책이 더해져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매우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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