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피폭선량 2.150~2.828mSv…에어부산 대비 5배
대한항공 “일상 방사선량 대비 높지 않다…철저히 관리 중”

사진=대한항공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대한항공 소속 승무원들의 연간 우주방사선 피폭선량이 국내 주요 항공사 승무원들에 비해 최대 5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방사선은 태양 또는 우주로부터 지구 대기권으로 입사(入射)되는 방사선을 뜻한다. 원자력안전법에는 항공승무원의 연간 피폭량이 50mSv(5년간 100mSv)를 넘지 않도록 돼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유럽 기준에 맞춘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를 위한 안전지침’을 통해 연간 선량한도(20mSv)의 30%인 6mSv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대한항공 소속 운항승무원과 객실승무원의 연평균 우주방사선 피폭선량은 각각 2.150mSv(밀리시버트)와 2.828mSv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각각 0.481mSv와 0.572mSv를 나타낸 에어부산 승무원들에 비해 4~5배가량 높은 수치다. 7개 국제항공운송사업자 전체의 연평균 피폭선량(운항승무원 1.165mSv, 객실승무원 1.358mSv)과 비교하더라도 2배 가량 높다.

다음으로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각각 1.623mSv와 1.869mSv의 피폭선량을 나타냈다. 이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순이었다.

연간 최대 피폭선량 역시 대한항공이 가장 높았다. 운항승무원과 객실승무원의 연평균 최댓값은 각각 5.405mSv와 4.681mSv로, 가장 낮은 에어부산(운항승무원 1.086mSv, 객실승무원 1.024mSv)의 4~5배에 달했다.

7개 항공사 모두 관련 지침을 준수하고 있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2014년 5.197mSv였던 운항승무원의 최대 피폭선량이 2015년 5.322mSv, 2016년 5.445mSv, 지난해 5.657mSv로 매년 늘어 4년 새 0.46mSv나 높아졌다. 2014년 4.102mSv였던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4.403mSv로 늘어났다.

국제항공운송사업자는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 따라 승무원의 건강 보호 및 안전에 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시행령에는 승무원에 대한 우주방사선에 따른 피폭방사선 관련 정보 제공의 의무가 규정돼 있다.

또한 원안위의 관련 지침에 따르면 항공운송사업자는 우주방사선에 피폭될 수 있는 고도, 위도 및 경도에서의 방사선량률과 실제 비행시간, 피폭방사선량의 평가 내용 및 결과 등을 반드시 포함해 승무원에게 제공·숙지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국토부가 올해 7월 점검한 결과, 주요 항공사 대부분은 승무원의 개별적 요청이 있을 때만 유선이나 이메일을 통해 개인 피폭선량을 제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에 따르면 사내 전산망을 통해 공지하더라도, 연 1회 제공하는데 그쳤다.

박 의원은 “결과적으로 피폭정보 제공을 적극 요청해야만, 승무원의 건강 보호 및 안전에 관한 조치를 취해줄 수 있다는 뜻 아니냐”며 “항공사들이 관련부처의 관리·감독 소홀을 틈타 방사선 노출에 관한 책임을 승무원들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 주요 항공사에서 우주방사선 피폭량 평가 시, 태양입자 유입 영향과 위·경도가 포함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번 국감을 통해 실측장비를 항공기에 탑재하거나, 최신 프로그램을 사용토록 하는 한편, 최소 월 단위 피폭정보 공유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마련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비행 중 노출되는 우주방사선량은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방사선량과 비교하더라도 높은 수준이 아니”라며 “당사는 법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우주방사선 피폭량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한항공은 의료방사선안전연구센터 자료를 들며 “흉부 CT 촬영시 6.9mSv의 방사선에 노출되며 흉부 CT 1회 촬영 시의 방사선 피폭량은 1년간 뉴욕~인천 노선 항공기를 약 81회 탑승해야 가능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사는 법에서 정한 피폭 한도인 연간 50mSv, 5년간 100mSv(연평균 20mSv)뿐 아니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권고하는 연 6mSv도 초과 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한항공은 “매월 승무원 개개인의 최근 12개월간 누적방사선량을 계산해 사내 임직원정보사이트에 등재하며, 비행 근무 편성 시 개인별 누적방사선량이 6mSv를 초과하지 않도록 스케줄을 조정하고, 승무원 요청 시 건강상담과 필요한 의료지원을 제공하는 등 승무원 피폭량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주방사선 피폭량은 항공기 운항 고도, 위도, 비행시간에 따라 크게 좌우되며, 장거리 비행 시 시간당 약 0.004~0.005mSv, 단거리 비행 시 시간당 약 0.001~0.003mSv 정도의 우주방사선에 노출된다”면서 “대한항공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항공사로, 당사 소속 승무원과 단거리 위주로 노선을 운영 중인 국내 LCC 소속 승무원의 피폭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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