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발생한 대한송유관공사 고양 저유소./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고양 저유소 화재가 인재(人災)로 인한 사고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합동감식에서 화재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초기 진압에 실패한 것이 화재를 키웠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국정감사장에서도 부실한 안전관리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면서 책임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경찰은 전담 수사팀을 꾸려 대한송유관공사 측으로부터 안전관리규정 관련 내부 문건, 시설 내외부 폐쇄회로(CC)TV 자료 등을 제출받아 조사 중이다. 화재가 난 저유소의 시설물이 적법하게 설치, 운영됐는지와 평소 점검 등 안전관리 의무를 준수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이는 대형 기름 탱크 옆에 잔디가 있었던 점과 유증 환기구의 외부 불씨 유입을 막을 수 있는 화염방지기가 없었던 점이 피해를 키운 주원인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국감에서는 그간 대한송유관공사가 수차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송유관공사측은 위반사항은 이미 조치가 완료된 부분이라고 해명했지만, 국가 주요시설에서 수년간 안전관리 위반 행위가 이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문제라는 질타가 나왔다.

한정애 의원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이번 송유관 폭발 사고는 그동안 업체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어겼던 것에 보여지듯 공사의 안전 불감증에서 발생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송유관공사의 안전관리 문제가 부각되면서 최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대표적인 민영화 사례로 2001년 정부 지분 약 10%를 제외한 나머지는 민간에 매각됐다.

현재 지분율은 SK이노베이션 41%를 보유하고 있고 이어 GS칼텍스(28.6%), 에쓰오일(8.9%), 현대중공업(6.3%) 등이 주요 주주로 있다. 산업부는 9.7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만큼 SK이노베이션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올 1월 취임한 최준성 대표 역시 SK이노베이션 재무실장 출신이다. 이사회 멤버 14명 중 5명도 SK 출신자다. 재무제표상으로는 SK이노베이션의 관계기업이다. 

문제는 민영화 이후 송유관공사의 시설투자 비용이 급감했다는 점이다. 한국산업조직학회에 따르면 공사는 2001년 이후 매년 약 99억원을 시설투자비로 사용했다. 이는 공사가 보유한 자산(지난해 말 기준)의 1.1% 수준이다. 민영화 이전에는 연평균 880억원이 사용됐다. 최소한의 시설투자만 이어온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지난해 매출액 1580억원, 영업이익 46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29.4%에 달하는 알짜 기업이다. 배당성향도 38%에 이른다. 최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은 55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최대주주이기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경영을 좌우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시설투자가 급감한 것은 송유관 등 투자가 줄면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선유지비 감소와 초동 대응 실패 등을 놓고 보면 안전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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