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증가는 전기·건설기계 등 사업 부문 분사 영향
"각 사업부 경쟁력 강화 통해 외부매출 늘릴 것"

현대중공업 울산 공장 / 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김덕호 기자] 현대중공업의 내부거래 비중이 2016년 10.4%에서 2017년 15.9%로 급증했다. 지난해 4월 분사한 현대일렉트릭, 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등의 분사에 따라 사내거래로 분류되던 거래 항목이 내부거래로 전환한 데 따른 것, 이에 현대중공업은 현대일렉트릭 등 분할사의 독립성을 높이고, 계열사 외 매출을 늘릴 계획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내 거래는 조선 부문과의 의존성이 높은 현대일렉트릭, 자회사간 거래 비중이 많은 현대오일뱅크 등 2개사에 집중돼 있다.

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선박에 사용되는 선박용 배전반, 배전변압기, 회전기, 제어시스템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산업용 배전반과 변압기, 플랜트용 초고압 변압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2016년 선박 수주 절벽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이 줄었고, 현대일렉트릭 역시 매출이 늘지 않으면서 총 매출 중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현대일렉트릭 사업 부문의 투자 증대, 사업부문 확장 등을 통해 외부 거래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국 시장용 제품의 생산거점을 현지로 옮기고, 신 사업으로 IoT분야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IoT 부문은 지난 4월 '독일 하노버 메세'와 6월 미국 보스턴에서 개막한 '라이브웍스2018'에 참가하는 등 산업설비 및 선박용 전력 계통 사업 홍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일렉트릭의 경우 그룹사 내에서 선박용 변압기와 변전기를 비롯한 전기, 전자 선박 배전 등의 시스템을 모두 담당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이후 그룹사 관련 매출비중을 줄여왔다"며 "내부거래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주력 제품인 변압기 부문에서 글로벌5위, 국내 1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고, 산업부문 IoT 사업 강화를 추진하는 등 계열 독립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영업손실 271억원, 반기순손실 43억원을 기록하는 등 분할 후 전년 대비 크게 악화된 올 상반기 실적에 대해서는 "지난해 4월 분사를 통해 각 계열사의 독립 경영체제를 만들어냈다"며 "기존 체제의 경우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조선 부문의 경영 방향에 맞춰왔던 데 반해 현 체제는 독립성을 갖게 돼 각 부문에서 최선의 판단이 내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와 선박 엔진 부문의 내부거래 비중도 낮춰야 한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가 계열사인 현대코스모, 현대쉘베이스 등과 거래한 금액은 약 1조5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매출비중 중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유가 상승에 따라 매출 규모가 커졌고, 이러한 영향으로 내부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커진 것으로 보인다.

엔진 부문의 경우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현대중공업이 생산하는 주력 엔진의 경우 새로운 판로 개척이 어려워 해당 부문의 계열 강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엔진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STX 등 대형사들이 대부분 엔진 관련 거래처가 있거나 자체 개발 부서가 있는 상황이다"며 "각자 생산하거나 전담 거래처가 있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엔진을 구매해서 사용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희망퇴직 ▲지주사 전환 배임 의혹 ▲현대오일뱅크 배당의 건 ▲지주사 이익 몰아주기 의혹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강 사장은 "사업재편을 하게 된 배경은 그동안 어려움으로 인해 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취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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