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판보다 성능·가격 떨어진 제품 납품
軍, 전력화 1년 만에 300억 낭비

육군이 지난해 전력화를 마친 조준경(위)과 조준경이 장착된 K-2 소총./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대한민국 국군의 첫 보급 주·야간조준경 'PVS-11K'가 도마 위에 올랐다. 동인광학이 우리 군에 납품한 제품이 미국에 시판 중인 제품보다 성능은 떨어지면서 가격은 훨씬 비싼 것으로 드러나서다. 전력화 완료 1년 만에 새 제품을 구입해야 할 판이어서 300여억원의 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는 2008년 11월 개인화기용 조준경을 전력화하기로 하고 방위사업청을 통해 동인광학에게 주야간 조준경 연구개발 및 양산을 맡겼다.

이후 군은 2013년 6월 보급을 시작해 지난해 말 3만5117대를 공급, 조준경 전력화를 마무리했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은 303억4000여만원. 1대당 64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짧은 배터리 수명 등이 논란이 됐다.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동인광학이 미국에 판매하고 있는 제품보다 낮은 성능의 제품을 보급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업체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조준경 중에는 배터리 수명이 2만시간 이상인데다 가격이 군 납품가의 절반 수준인 33만원(297달러)에 불과하다는 것. 우리 군이 전력화한 조준경은 배터리 수명이 48시간에 불과해 장기 작전에 부적합하다.

심지어 육군은 배터리 수명을 400시간 이상으로 요구성능을 상향조정한 제품을 재구매하기로 결정했지만, 이 마저도 동인광학의 미국 시판 제품보다 비싼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복잡한 단계를 거쳐 무기체계를 도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동인광학의 조준경은 개발부터 보급까지 10년이나 걸렸다. 즉 10년 전에 군이 요구한 성능만 맞추면 돼 오히려 경쟁이 치열한 시판제품보다 성능이 낮은 제품을 공급받았다는 것이다.

김병기 의원은 "우리 군도 이제는 실효성 떨어지는 복잡한 전력화 방식에서 벗어나 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조준경과 같은 소모성 큰 부품은 실리에 중점을 둔 전력화 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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