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10차 본회의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김기영 이종석 이영진 선출안이 통과된 후 진행된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의 5분 자유발언때 대부분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 빈자리만 남아 있다. 2018.10.17./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김기영·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선출안이 우려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한달간의 공백사태를 마치게 됐다.

국회가 17일 김기영·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선출안을 의결하면서 헌법재판소 6기 재판부 구성이 마무리됐다.

17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한 달 가까이 이어져 온 헌법재판관 공백에 따른 헌재 기능마비 사태가 정상화되면서 적체돼 있던 중요 사건들에 대한 심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17일 당론 채택 없이 의원들의 자유투표로 표결을 진행한 결과, 교섭단체 여야 3개 정당이 각각 추천한 김기영(더불어민주당), 이종석(자유한국당), 이영진(바른미래당)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선출안을 모두 가결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재판관에 대해선 재석 238명, 찬성 125명, 반대 111명, 기권 2명으로 아슬아슬하게 처리했으며 자유한국당 추천 이종석 재판관에 대해선 재석 238명 가운데 찬성 201명, 반대 33명, 기권 4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또한 바른미래당이 추천한 이영진 재판관 선출안은 재석 238명, 찬성 210명, 반대 23명, 기권 5명으로 가결 처리 됐다.

이로써 지난달 19일 이진성 전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 5명이 동시 퇴임한 이후 지속됐던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가 한 달여 만에 해소될 수 있게 됐다.

헌재의 '개점휴업'은 국회 몫으로 선출된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전 재판관이 지난달 19일 퇴임했는데도, 후임 인선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여야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끝내고 지난달 20일 본회의에서 선출안 표결을 하려고 했으나, 김기영, 이종석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에 부딪혔다.

김기영 후보자에 대해서는 위장 전입했다는 점과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점을 문제 삼았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가까운 김기영 후보자가 ‘민주당’ 추천을 받은 것을 두고 ‘인사 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영진 후보자에 대해서는 동성애, 낙태죄 등에 대해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서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임용되고 다시 판사로 재임용되는 과정이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점도 명기됐다.

이종석 후보자에 대해서는 두 번의 위장전입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민감한 사회현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재판관으로서 소실이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여야의 이러한 의혹제기로 결국 인사청문특위에서의 청문보고서 채택은 불발됐고 본회의 표결도 이뤄지지 못했다.

여야 대치로 후보자 인준이 늦어지면서 지난달 19일부터 유남석 헌재소장과 서기석·조용호·이선애·이은애·이석태 헌법재판관 등은 사건 심리에 필요한 재판관 수(7명)를 못 채운 '6인 체제'를 한 달 가까이 이어왔다.

헌법재판관 6명이 기록을 검토하며 사건을 들여다보고는 있지만, 사건을 심리하려면 7명의 재판관이 출석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현재로선 심리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당연히 위헌 여부에 대한 결론도 내릴 수 없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헌재 정상화를 위해 선출안 표결을 하기로 합의하면서 사태 해결의 물꼬를 텄다.

헌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한달간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헌법재판 사건들이 그대로 방치 돼 왔다.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 사건과 최저임금제 위헌 여부 사건 등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이 깊은 사건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사드(THAAD) 배치 승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된 각종 행정조치의 위헌 여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어, 한달간 산적한 과제를 수행하는 데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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