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지현호 기자] 가을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미분양이 한창이던 때보다 더 모델하우스 오픈 소식이 뜸하다. 그렇다고 분양 사업지가 없는 건 아니다.

부동산114는 이달 전국에서 3만4705가구(일반분양 기준)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보다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위례, 판교, 과천 등 인기 지역에서 공급이 예정돼 수요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분양보증을 독점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을 내주지 않으면서 사업이 줄줄이 연기됐다. 분양가 책정을 두고 주택공급자와 이견이 분분해서다. 또 정부가 지난 9.13대책 후속조치로 추첨제 물량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하기로 하는 등 주택공급규칙 개정을 준비하고 있어 시행 이후로 분양을 연기시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상 HUG가 분양시장을 통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분양시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HUG의 시장 통제가 과하다는 것. '로또 청약'을 양산해 오히려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이를 해결하려면 '분양보증 경쟁체제'를 앞당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독점이 불러오는 폐해가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분양보증 경쟁체제는 이미 법적으로 근거가 마련돼 있다. 2008년 정부가 분양보증시장 개방을 추진하면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민간보험사도 분양보증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하지만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분양보증 사업을 민간에 개발할 경우 제 역할을 못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실제 이행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도 경쟁제한적 규제개선 과제를 발표하면서 국토교통부와 분양보증시장 민간 개방에 합의를 이룬 바 있다. 양 기관은 2020년까지 국토부가 관리·감독할 수 있는 기관 중 1곳을 보증기관으로 추가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종종 쓰인다. 정도가 지나치면 좋은 시장도 망가질 수 있어서다. HUG의 민간 분양시장 통제는 과함이 있다. 과도한 분양가 상승을 눌러 시장 왜곡을 막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간섭이 지나쳐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지부진한 분양보증 경쟁체제. 이제는 속도를 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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