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관행, 여성 유리천장, 지역인재 채용 외면…국감 통해 드러난 민낯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지난 10일 시작된 2018년 국회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아 후반전에 돌입한 가운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KDB산업은행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2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직접 출석해 한국지엠 신설법인 문제를 비롯한 여러 논란에 대해 질의를 이어갔다.

특히 산업은행은 금융권 전체가 채용 관련 비리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낙하산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산업은행 퇴직자의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산은이 출자해 구조조정 중인 회사에 7명, PF투자회사에 29명, 금융자회사 등 관련기업에 13명, 일반거래처에 10명 등 총 59명이 업무연관성 있는 회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취임 당시부터 산은의 개혁을 강조했던 이동걸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PF투자사에 4명, 일반거래처에 3명, 금융자회사 등 관련기업에 2명 등 9명이 재취업했고 이들 중 상당수는 퇴직과 동시에 자리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조정기업에 대한 재취업은 2016년 10월 31일 산은 혁신안 발표 이후 전면금지됐다고 했으나, 대우건설과 화승의 경우 항목만 바꿔 거래기업 요청에 대응해 일반거래처에 재취업한 것으로 분류됐다.

산업은행이 이들에 대한 재취업 허가 사유를 살펴보면 ▲금융감독사 5명(주주로서 관리·감독 필요성) ▲PF 19명(투자자 및 대주단으로서의 권리 보호 차원) ▲일반거래처 4명(거래기업 요청에 대응) 등이었다.

또한 산은 고위퇴직자 20명이 재취업한 것으로 알려진 20곳의 회사는 여전히 산업은행과의 대출계약이 남아있다. 총 대출잔액은 1조3828억원이다. 대출계약이 남은 회사에 재취업한 20명은 각 기업의 대표이사, 부사장, 재무담당이사(CFO), 감사·본부장·고문·이사 등 고위직으로 재취업했다.

성일종 의원은 “산업은행의 간부가 대출받은 기업에 재취업하는 것을 누가 순수하게 볼 수 있겠냐”며 “자행 출신을 재취업시킬 때 의혹 없도록 각별히 조심할 것”을 지적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1급 이상 임원급에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높은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 자료에 따르면 임원 8명, 집행 부행장 7명, 준법감시인 1명, 1급 86명 등 임원과 임원급 고위직 102명이 모두 남성이었다. 2∼5급 일반직 정규직 사원 2265명 중에도 남성이 1654명으로 73.0%를 차지했다. 일반직 내에서도 높은 직급일수록 여성의 비율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반면 텔러, 외환, 비서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특정직은 여성이 91.8%에 달했다. 특정직은 채용, 이동, 승진, 보수 등에서 일반 정규직과 차등이 있어 ‘2등 정규직’으로 불린다.

문재인 정부가 공직사회의 이른바 ‘유리천장’을 깨뜨리기 위해 고위공무원단, 공공기관 임원, 정부위원회 등에서 여성임용 목표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모습이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지역인재 채용비율이 금융공공기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른 장애인 의무고용률도 매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산업은행의 지역인재 채용비율은 11.4%로 이는 금융 공공기관 전체 평균(27.1%) 뿐 아니라 금융공공기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를 포함해 최근 4년간 산업은행의 지역인재 채용비율은 금융공공기관의 평균보다 항상 낮았다.

현행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신규채용 인원 중 지역인재를 35% 채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납부한 장애인고용부담금만 17억7000여만원에 달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지역인재 채용을 외면하고, 장애인 채용은 노력도 없이 고용부담금으로 면피하려 하고 있다”면서 “국책은행답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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