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금세탁방지업무 미흡으로 1100만 달러 과태료…시스템 재정비 총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NH농협은행이 해외지점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농협은행 뉴욕지점은 자금세탁방지 업무 미흡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바 있어 관련 업무 강화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작년 말 농협은행은 뉴욕지점은 뉴욕 금융감독청(DFS)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AML) 관련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100만 달러(약 119억)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농협은행 뉴욕지점의 지난해 수익이 6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수익의 2배가 넘는 금액을 과태료로 낸 것이다.

당시 미국 금융감독청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년에 1차례씩 총 3차례에 걸쳐 조사를 진행한 결과 농협은행에 대해 ‘범죄, 자금세탁가능성, 테러’ 위험노출을 막을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와 전문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제재를 가했다.

특히 미국 금융감독청이 과태료를 부과한 것은 국내은행 중 농협은행이 최초로, 이대훈 행장은 지난 2월 직접 미국 감독청을 만나 자금세탁방지 업무 이행 계획 등을 설명하면서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미국 제재와는 별개로 금융감독원도 지난 4월 해외지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업무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은 농협은행에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고액의 현금거래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고 고객 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임원에 대해서도 ‘주의’ 조치를 내렸다.

뉴욕지점의 준법감시인력 전문성과 AML 시스템 점검을 강화하라는 데 대해선 ‘경영유의’ 조치했다. 경영유의는 금융회사 자율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 성격의 조치다.

금감원은 DFS가 농협은행 뉴욕지점의 준법감시 인력 전문성이 부족하고 인적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라고 반복해 지적했음에도 충분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지 감독 당국의 지적에도 농협은행이 재차 이를 개선하지 않았다”면서 “거액의 과태료를 부과받아 재무적 손실을 초래한 데다, 평판까지 저하됐기에 기관주의 및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제재를 받고 ‘절치부심(切齒腐心)’한 농협은행은 이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현안을 챙기고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등 후속 조치를 단행했다.

농협은행은 최근 해외지점 ‘AML 거래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결정하고 시스템 개발업체와 컨설팅업체 선정에 나섰다. AML 거래모니터링 시스템은 고객 계좌 및 거래정보를 포괄적으로 감시해 의심거래를 미리 경고하는 시스템으로 금융회사들이 자금세탁방지와 준법감시 구현을 위해 갖춰야 할 필수 시스템 중 하나다.

농협은행은 AML 사업자 선정에서 ‘세계 10대 은행 AML거래모니터링시스템 선정실적이 있는 업체를 포함한 컨소시엄’을 자격요건으로 걸 만큼 완벽한 시스템 구축 마련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문 인력 부족에 대해서는 기존 준법감시부 내 자금세탁방지단을 격상시킨 자금세탁방지센터를 신설하고 인력을 확대했다. 지난해 말 16명이었던 전담인력을 30명 이상으로 늘렸다. 농협은행은 전담인력을 향후 100명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자금세탁방지 모니터링 시스템 개선과 더불어 현지인력 중 준법감시인을 2016년 2명에서 현재 5명 이상으로 늘렸다.

또한 뉴욕연방은행과 뉴욕주금융국에 뉴욕지점의 자금세탁방지 관련 세부개선계획을 제출해 정기적으로 이를 보고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본사 차원에서 자금세탁방지와 관련 전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 모든 해외지점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농협 사례 이후 자금세탁방지에 대해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금융권 전반으로 관련 인력을 보강하고 본점 차원의 물적·인적 지원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