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조원 긴급 수혈키로…연내 지원 대책 발표

자료사진./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현대자동차가 올 3분기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실적 쇼크를 냈다. 네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돈 것. 여기에 4분기 역시 불안감이 여전해 실적 개선 기대감이 낮다. 완성차 업계를 대표하는 맏형 현대차의 부진, 한국GM·르노삼성자동차 등의 판매 감소는 영세한 자동차 부품 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판매는 올 1~9월 총 289만54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다. 내수는 113만2477대로 3.4% 줄었고, 수출은 176만2923로 9.3% 역성장했다. 생산 역시 289만9556대로 8.4%나 줄었다.

이러한 부진은 상대적으로 영세한 자동차 부품 업계를 고사(枯死) 위기로 몰았다. 결국 최근 자동차부품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정부에 3조원 규모 긴급 자금 지원을 신청했다.

부품 업계 자금난이 심각하다는 것. 국내 자동차산업의 여신 규모 28조원 중 약 10%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현대차 1차 협력사인 리한은 지난 6월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이원솔루텍 등 3개사도 연이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차 협력사인 에나인더스트리는 지난 7월 부도가 났다.

유동성 위기에 놓인 업체가 속출하면서 자칫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연내에 자동차 등 주력산업 지원 대책을 내놓겠다며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혁신성장이 지금까지는 새로운 산업 창출에 방점이 찍혀있었다면 이제 주력산업 업그레이드도 중점 정책으로 삼겠다”며 “자동차, 조선 등 구조조정 업종의 경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호사하는 기업이 많아 금융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우선 정부는 1조원 규모의 보증지원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부품 업계를 지원할 계획이다. 기술보증기금에서 1조원 규모의 우대 보증을 자동차 부품 업체에 지원하는 형태다. 정부는 기존 보증에 비해 보증비율을 90%로 높이고 보증료율을 최대 1.0%로 종전보다 0.3%포인트 이상 인하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도 경영난을 겪고 있는 부품회사 대표를 직접 만났다. 이날 정 부회장은 대내외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며 이들을 독려했다. 또 부품사 대표들에게 다양한 신차를 출시해 판매를 끌어올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급한건 자금조달이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품 업계가 완성차 판매 부진 때마다 유동성 위기에 처해 왔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부품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는 방안이 필요한데, 영세한 회사들이 많아 연구개발 등에 투자하기 쉽지 않다”며 “단순히 자금조달에 숨통을 트여주는 ‘땜질식 처방’이 아닌 기업의 생존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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