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인 악재와 실적 부진…신한금융그룹 내 위상도 ‘흔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사진=신한카드>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올해 들어 각종 구설수로 악재를 겪고 있는 신한카드가 최악의 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최대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초 신한카드 대표로 취임해 1년 7개월째 신한카드를 이끌고 있는 임영진 사장의 그룹 내 위상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신한카드의 올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9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06억원에서 3851억원(49.3%)이 감소했다. 불과 1년 사이 수익이 ‘반토막’ 난 것이다. 3분기 순익은 1136억원으로 전년대비 20.4% 줄었다. 누적 순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지난해 1분기 2758억원의 충당금 환입이 발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소액다건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 및 수수료 상한선 인하로 인한 수익 감소가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감소폭 확대가 본격화됐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는 결제대행업체(PG)를 이용하는 온라인 판매업자와 개인택시사업자에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수수료를 낮춘 ‘제로페이’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라 향후 전망도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신한카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상당 기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적악화를 겪는 동안 신한카드는 올해 들어 수차례 불미스러운 일로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지난 7월 신한카드 협력업체 콜센터 직원들의 살인적인 초과 근무와 언어폭력, 인격침해 등 갑질 행위가 폭로되면서 사회적 질타를 받았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신한카드 하청업체 소속 콜센터 직원들은 관리자에게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물 떠오겠습니다” 등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메신저를 통해 일일이 보고했다.

관리자들의 경우 직원들에게 “화장실을 왜 자주 가느냐” “너무 왔다갔다 하는 거 아닌가” 등 인격침해 소지가 있는 말들을 서슴없이 가했다.

콜센터 직원 A씨는 인터뷰를 통해 “다 큰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매 시·분·초마다 보고를 하고 화장실 갈 때마다 또 가느냐는 식의 눈치를 줘 수치심을 느꼈다”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카드 역시 여기에 앞장설 것을 약속했지만 직원들을 통해 폭로된 내용은 약속과 달랐다.

뿐만 아니라 무리한 실적 강요와 실적에 따른 휴가 제한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비난이 확산됐다. 관리자는 목표를 채우지 못한 직원에게 “오늘 목표가 200개인데 200개 달성을 못했다”며 “연차를 못 쓰게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 한 콜센터 직원은 “하루 200건의 콜수는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최대 콜 수”라면서 “이마저도 화장실 가는 것을 최소화하고 휴식 및 점심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근무시간을 연장해야 겨우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연장근무 없이 정상근무만으로는 200건의 상담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 4월에는 신한카드 한 여직원이 “사내에서 따돌림을 받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직원은 평소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으며, 지점에서 센터로 발령이 나는 과정에서 집단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서에는 ‘파견직 직원 밑에서 수개월간 연수를 받는 일’, ‘XX 만들기’, ‘온 몸이 바늘로 찔리는 고통의 시선’, ‘왕따를 당했으며 죽는 방법밖에 없다’, ‘무서운 일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등 유서 곳곳에 사내 괴롭힘의 흔적이 담겨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뒤 여직원의 남편과 가족들은 사내 따돌림과 연관된 직원들에 대해 법적 소송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 3월 신한카드 대표로 취임한 임영진 사장은 취임사로 “직원과 조직이 함께 발전하고 행복할 수 있는 신한카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취임한 지 불과 1년 만에 소속 여직원이 사내 따돌림으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3개월 뒤에는 살인적인 근무와 언어폭력, 인격침해 등이 직원들을 통해 폭로됐다.

논란 속에도 굳건할 것 같았던 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이 나는 등 신한카드와 임 사장은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향후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신한카드가 신한금융그룹 지주사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 역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기준 약 27%의 그룹 내 지주사 매출 비중을 차지했다. 그동안 비은행 부문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주사 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임 사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 사업에 힘을 쏟으며 위기를 돌파할 방침이다.

하지만 신한카드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임 사장의 ‘디지털 사업’ 전략이 단기간에 성과를 나타내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진정한 위기 돌파를 위해선 ‘직원들과의 소통’을 끊임없이 강조한 임 사장의 약속이 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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