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보증부대출 중 51% 차지…대출 이후 상품 가입도 시중은행 약 3배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은행이 대출 시 지나친 보증요구와 대출을 빌미로 은행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이른바 ‘꺾기’를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17년 전체 기업대출 1302조원 중 기업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91조원(22%)에 달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보증부대출 111조원 중 기업은행의 보증부대출은 47조원(51%)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부대출이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공공기관이 보증을 서 위험도가 현저히 낮은 대출이다.

김 의원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보증을 받은 대출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라며 기업은행이 중소기업들에 보증부대출을 하면서 꺾기로 비치는 요구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대출을 받으러 간 한 창업기업 대표가 기업은행 직원으로부터 “은행 입장에서 마이너스가 되는 대출이니, 앞으로 적금을 들어서 기여도를 높여 달라”고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다른 대출이나 만기연장 시 은행에 대한 기여도가 낮아 금리가 높아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출 실행 2개월 이후 은행상품 가입 현황을 보면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상품 가입을 강요한 정황이 포착됐다. 시중은행은 보증부대출이 나간 32만9585건 중 2개월차 상품 가입이 1만5005건(5%)에 불과한 반면, 기업은행은 보증부대출 22만7144건 중 2개월차 상품 가입이 3만2515건(14%)으로 나타났다.

대출 실행 후 1개월은 꺾기에 해당하는 상품 가입이 전산상으로 차단되지만, 2개월 이후로는 예·적금, 방카슈랑스, 펀드, 연금, 신탁 등 상품 가입이 급증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90%를 보증하는 보증부 대출을 활용해 대출과 무관한 은행상품을 가입시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 “특히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자본 부족으로 국가보증을 받는 창업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갑질’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역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정부가 90%를 보증하는 보증부대출을 활용해 창업 중소기업에 꺾기를 요구하는 것은 중소기업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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