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이사회에서 도입 시기 최종 확정…연기 가능성 높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보험회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이달 중순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시기를 기존 2021년에서 1년 이상 연기할지 여부를 최종 논의한다. 도입 연기가 최종 확정되면 IFRS17 준비로 어려움을 겪었던 보험업계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실무진은 지난 2일 홈페이지에 이달 중순 열리는 이사회 안건으로 ‘IFRS17 도입 1년 연기’ 안건을 올렸다. 이달 중순경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 안건이 통과되면 오는 2021년 도입 예정인 IFRS17은 1년 뒤인 2022년 도입된다.

IASB는 지난달 24일 영국 런던에서 이사회를 열고 도입시기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유럽 보험회사를 중심으로 1~2년 연장 의견이 나왔지만 이미 도입 준비를 상당히 진행한 보험사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결론을 내지 못했다.

IASB 이사회는 의장국인 네덜란드를 포함해 영국, 독일, 프랑스, 브라질, 호주,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한국 등이 참여하며 총 14명으로 이뤄졌다. 이사회 소속 14명 가운데 9명 이상이 연기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이사회 안건은 대부분 통과되는 것이 관례이며, 이미 IFRS17에 대비해왔던 보험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우선은 1년 연기로 절충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위기다.

이번 1년 연기안에 대해 보험업계도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보험업계는 당초 2021년 도입을 앞두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이 자체계획 지연과 외부 계리, 회계 전문 인력 부족, 비용문제 등으로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새로운 기준에 맞는 회계에 반영하기 위해선 전 사업부문 막대한 정보를 처리할 통합 전산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빅3 생보사를 비롯한 대형 보험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며 시스템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반면 중소형 보험사들은 인력과 비용 문제로 진행이 더딘 상태다. 업계는 시스템 구축 비용으로 최소 100억원에서 많게는 300억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생명·손보사들은 기존 도입 시기에 맞추는 것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자본 확충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소형사들은 준비기간이 늘어나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당초 2021년 도입안을 고수했던 금융당국도 이번 연기안 논의에 따라 입장이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IASB가 IFRS17 도입 1년 연기를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최종 연기 여부는 이사회를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